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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인 줄 알았는데”…에코프로비엠 ‘두려운’ 시나리오

기사입력 : 202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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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니켈 제련소 1.2조 베팅
승부수에도 시장 반응 ‘시큰둥’
주가 따라 조달액 줄어들 수도

▲ 에코프로비엠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건설 현장. 회사는 인도네이사 제련소 지분 획득을 위해 약 1조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사진 = 에코프로비엠이미지 확대보기
▲ 에코프로비엠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건설 현장. 회사는 인도네이사 제련소 지분 획득을 위해 약 1조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사진 = 에코프로비엠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에코프로비엠이 캐즘(전기차 수요 둔화) 이후 원재료 공급망 강화를 위해 1조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확보한 자금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투자, 안정적 공급망과 삼원계(NCM·NCA)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시선은 싸늘하다. 발표 직후 주가는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단기적 주주가치 희석과 실적 둔화 흐름 속에서 단행된 대규모 자금조달에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모집액 자체가 줄어들 위기다.

유증 발표 후 주가 하락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달 30일 거래 마감과 동시에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 이후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일 종가 15만4500원을 기록했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애프터마켓(시간외 거래)에서 약 18% 급락했다.

1일 정규장에서도 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9일에는 장중 10만9400원을 기록하는 등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행히 11일 회복세를 보이며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10월 총 1조20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990만 주로, 기존 발행 주식 총수의 약 10.1%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달된 자금의 약 76%(9150억 원)는 타법인 지분 취득에 사용된다. 구체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BNSI) 지분 취득 목적 특수목적법인(SPV) 대상 투자에 7650억 원, 최근 준공한 헝가리 공장 추가 투자에 15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나머지 자금 중 1500억 원(13%)은 국내 양극재 생산시설 투자에 사용되며, 1350억 원(11%)은 원재료 매입 및 기타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에코프로비엠이 밝힌 유상증자 핵심은 글로벌 통상 환경과 캐즘 이후를 대비한 공급망 내재화 및 강화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문제, 유럽 역내 제조·공급망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비(非)중국 소재 공급자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BNSI 제련소 연간 니켈 생산 능력은 당초 목표였던 6만6000톤에서 9만 톤으로 대폭 확대된다. 이는 전기차 약 2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글로벌 니켈 시장을 선점해 삼원계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독보적 기술력에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더해 글로벌 삼원계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이런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조달 금액 축소 가능성도 커졌다. 에코프로비엠 예정 발행가는 12만1200원이다. 이는 기준 주가(직전 거래일 종가 기준 산출액)인 15만4500원에 할인율 20%와 증자 비율 10.1%를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쉽게 말하면 발행 예정일까지 유상증자 단행으로 희석될 주가 최소 가치를 전망한 수치다.

유상증자 규모는 예정 발행가와 연동된다. 즉 현재 주가가 발행 예정일까지 기준 주가보다 낮아지면 증자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주 막판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상승세를 탔지만, 유증 단행까지 현재 기준 주가 15만4500원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기존 조달 계획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주가인 약 12만 원대로 기준 주가를 설정하면 총발행 규모는 기존 1조2000억 원에서 약 9300~94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주 외면·시장 신뢰 추락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 폭락은 단순히 주식 수 증가에 따른 가치 희석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이차전지 투자자들은 캐즘과 실적 악화로 주가 폭락을 경험한 터라 유상증자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삼성SDI 유상증자에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최근 한화솔루션 역시 주주 반발과 시장 염려에 수차례에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정부 당국에서도 유상증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유상증자 단행 시점도 문제다. 이번 유상증자가 회사 이익이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 확실하다면 성장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적 반등이 불분명한 시점에서는 우려와 의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AI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PER(주가수익비율)은 1271.88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15배나 된다. 실적 대비 주가는 동종 업계에 비해 고평가된 수준.

에코프로비엠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053억 원, 영업이익 20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약 22%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약 50%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 등 증권가가 추정하는 에코프로비엠 연간 영업이익은 1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앞서 2022년에도 헝가리 공장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에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기라는 점을 근거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미래 투자라고 설명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증자를 통한 성장과 회수 패턴은 시장의 인색함을 키울 수 있다”며 “회사 성장에 증자라는 단서가 자주 붙는 순간 시장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이후 성과도 안갯속

업계는 에코프로비엠이 유상증자를 통해 추진하는 미래 계획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원활한 원료 공급망 확보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수주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강세, 캐즘 완화 시점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산재돼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최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 배터리로 글로벌 양극재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서구권 완성차(OEM) 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이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당장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저하되고 마진이 축소되는 마당에, 수년 뒤에나 가동될 장기 제련소 프로젝트에 시가총액 10%에 달하는 주주 자금을 먼저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에코프로비엠 주주방 등 커뮤니티에서는 “빚을 내거나 메자닌(CB·BW)을 발행하기엔 고금리 부담이 크니 결국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쉬운 방식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박정하 iM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투자 자체 방향성보다 현시점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장 부담”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 양극재 업황 회복 지연, 고객사 물량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희수 DB증권 연구원은 “니켈 가격 상승이 앞으로의 투자 수익성 판단에 가장 중요한 지표”라며 “앞으로 다수 제련소 투자 결과로 동종 기업 대비 높은 수익성, 꾸준한 지분법 이익이 증명돼야만 높은 멀티플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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