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내 이커머스의 상징이었던 G마켓은 지난 25년 동안 주인을 여럿 바꿔가며 격변을 경험했다.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G마켓이지만,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신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는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양 사 간 국내 소비자 정보 차단 조건을 3년간 부과하고 이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의 전 세계 유통망을 활용해 G마켓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살 된 G마켓, 4번의 손바뀜
G마켓의 모태는 인터파크 내부 신사업이다. 2000년 별도 서비스로 자리잡은 뒤 2003년 지금의 ‘Gmarket’ 브랜드를 정립하며 국내 오픈마켓 생태계를 키웠다. 판매자 유치와 카테고리 확장에 힘입어 트래픽이 급증했고, 2006년에는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글로벌 자본시장과 접속하며 신뢰와 자금을 확보, ‘셀러 중심’ 전자상거래를 본격 보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는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G마켓을 인수했고, 이후 옥션과 함께 ‘이베이코리아’로 통합 운영했다.
그럼에도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은 16년 연속 이커머스업계에서 유일한 흑자기업 타이틀을 유지했다.
2021년 정용진닫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신세계 품에 안긴 G마켓은 SSG닷컴과의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고, 적자기업으로 돌아서면서 실패한 인수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아픈 손가락’ G마켓 살리기에 고심하던 신세계그룹이 꺼내 든 카드가 알리바바다. 인수한 지 약 4년 만에 알리바바와의 동맹을 통해 G마켓 심폐소생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셀러의 역량과 고객 만족도 모두를 높이는 독보적인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85년생 젊은 피 CEO…내수에서 글로벌로
신세계그룹은 공정위 승인 이후 약 일주일 만에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G마켓 신임 대표에 알리바바의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이끈 제임스 장을 선임했다.1985년생인 제임스 장은 2008년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해 액센츄어 경영컨설팅으로 일을 시작해 2012년 3월 라자다 필리핀 공동창업자로 변신했다. 이후 ▲2014년 라자다그룹 CCO(Chief Crossborder Officer) ▲2018년 라자다 싱가포르 CEO ▲2021년 라자다그룹 CBO(Chief Business Officer) ▲2023년 라자다 인도네시아 CEO를 거쳐 G마켓의 키를 잡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선임 배경에 대해 “G마켓의 새 성장 비전인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 역량 향상’을 도모해 회사의 재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장 대표 선임과 함께 G마켓은 라자다와의 제휴를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알리바바 출신의 젊은 피를 CEO로 수혈하면서 G마켓에도 새로운 힘이 실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내수 대신 글로벌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제임스 장 선임 이후 G마켓은 곧바로 라자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수출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G마켓 셀러들이 해외에 판매할 상품은 약 2000만 개다. 셀러들의 해외 판매는 G마켓을 통해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남아를 시작으로 향후 유럽, 남아시아, 남미, 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해 있는 200여 개 국가 및 지역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G마켓 셀러들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코너인 ‘K-Venue’에 입점한다. 판매 채널을 넓히고 알리익스프레스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손을 잡으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들의 가격 경쟁력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아직은 우려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G마켓의 주된 미래 전략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JV 탄생으로 몸집이 커지더라도 양사의 시너지가 얼마나 클지가 관건”이라며 “이미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강자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이 시장을 다시 뒤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며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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