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연임을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업계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KT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대표의 비용 효율화 전략이 있다. 김 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비용 절감과 자산 처분으로 회사 실탄 확보에 힘썼다. KT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2800여명)과 신설 자회사 전출(1700여명) 등으로 총 45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김 대표는 비핵심 사업도 정리하며 몸집 줄이기를 이어갔다. 올해 3월 KT 금융·보안 계열사 KT이니텍을 신생 사모펀드에 매각해 약 841억원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같은 달 디지털 광고 대행사 ‘플레이디’ 지분 70.38%(735억원)도 숲(SOOP)에 매각했다. 호텔 등 수익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KT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 공동투자를 진행하는 협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그간 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I와 IT 분야에서 미래성장 근본동력을 확보했고, 내부적으로는 역량·인력·사업 혁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KT는 지난달 3일 돌연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공개하며 주체적 AI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달 믿:음을 고도화한 ‘믿:음 2.0’도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오픈소스로 개방했다.
그런데 김 대표 취임 후 KT가 독자 LLM 구축보다 글로벌 파트너십 연계로 AI 전략을 바꾼 탓에 믿:음에 대한 미디어 노출을 소홀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소버린 AI(주권형 AI) 기조가 이어지자 이에 발맞춰 제쳐둔 카드 믿:음을 꺼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KT는 이런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KT 관계자는 “믿:음은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었고 놓은 적 없는 사업”이라며 “현재 KT는 기존 MS·오픈AI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도 자체 개발한 AI 모델 개발 고도화를 지속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KT 믿:음 모델이 서비스 적용 측면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생태계 전반에 생태계 전반에 AI를 다양하게 확대하기보다는 일부 제한된 분야나 자체 목적에 맞춰 개발·운영하는 단계다. 때문에 KT가 출사표를 던진 정부 AI 사업에서 최종 기업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김 대표 연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는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회사 수장이 바뀌는 곡절을 겪어왔다. 실제 KT가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취임한 5명 CEO 가운데 4명이 연임에 실패하거나 임기 남겨두고 물러났다.
김 대표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그는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모두 재선임하며 연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법률)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ICT)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재무) 등 4인을 재선임했다.
KT 이사회 정관에 따르면 대표 선임은 이사회추천위원회에서 이뤄진다. KT 이사회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진이 사실상 KT 대표를 선출한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가 재선임한 사외이사 모두 AI 관련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곽우영 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3인은 ICT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구성이다. 곽우영 이사는 KT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에서 추천한 인사인데, 그도 AI와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다.
임기를 유지하는 이사회로 범위를 확대해도 AI 분야 관련 이사는 딱히 없다는 지적이다. 임기를 유지하는 이사는 ▲최양희 한림대 총장(ICT)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ESG)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회계)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경영) 등 4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전체를 보면 ICT와 미래기술 분야는 최양희, 곽우영, 김성철 이사 등 총 3명인데 이들을 포함해도 AI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딱히 없다”며 “김 대표 인사는 미래 전략보다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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