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는 3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5년이며 표면이율과 만기수익률은 각각 1%, 3%다.
엘앤에프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B급 이하)에 속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개적인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위치다. 대부분 유상증자 혹은 메자닌 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다.
엘앤에프는 공모로 BW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과거 BW는 대부분 사모 형태로 발행돼 왔다. 분리형 BW 공모 발행이 허용된 이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공모 발행은 기관 수요가 불확실할 때 드물게 사용했던 방식이다.
쪼그라드는 외형·자본…제한적인 자금조달 통로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아닌 일반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자금조달에 대한 고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것은 물론 그룹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상장사라면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다. 유상증자와 메자닌 증권 발행은 물론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은행 차입도 비상장사 대비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외형 축소는 자금조달 선택지를 제한하게 된다. 유상증자도 한 방법이지만 ‘밸류업’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엘앤에프는 메자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전환사채(CB)가 아닌 BW라는 점이다. CB는 특정 조건 충족 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증권이다. CB와 BW는 지분 희석 시기 등이 다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옵션’ 행사 시 자본을 구성하는 요인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예를 들면 CB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해당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된다. 회계상 기업은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BW(분리형 기준)는 신주인수권 행사 시 기업에 추가로 자본이 유입된다. 쉽게 말해, 주가 상승 등 옵션 행사 요건을 충족한다면 BW가 추가 자금조달에 유리한 것이다.
‘추가 자금조달’은 엘앤에프가 처한 현재 상황과도 맞물린다. 저조한 실적과 현금흐름, 순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는 당분간 지속적인 시장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실제로 단기성차입금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지난 2021년 312.9%에서 지난해 22.3%까지 줄었다.
일각에서는 엘앤에프가 주가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기존에 발행된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환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일반 상장사 입장에서 메자닌은 상당히 좋은 자금조달 수단”이라면서도 “과도한 메자닌 규모는 그 자체로 주가 상승을 제한해 오히려 상환 압력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이 비우호적인 탓에 엘앤에프가 실적 부진과 차입금 상환 압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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