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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2(월)

[DCM] 하림지주, '나홀로' 미매각… 과도한 지급보증 · 재무부담이 발목 [4월 회사채 리뷰(II)]

기사입력 : 2025-05-12 14:14

(최종수정 2025-05-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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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지주 2년물 0.8대 1... SK네트웍스 2년물 15.7대 1 ‘극명한 대조’
◇ CJ그룹 1조 원 ‘최대 발행 계열’… 고려아연, 개별 기업 중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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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4월 회사채 시장은 금리 안정세 속에 AA급 이상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CJ그룹 계열사들과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들은 모집액을 초과 달성하며 증액 발행에 성공한 반면, 하림지주는 유일하게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2025년 4월 공모채 발행 실적(상장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의 등급 선호가 강해지면서 신용도와 업황에 따른 수요예측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본 분석은 일반 회사채와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의 공모 실적(상장일 기준)을 대상으로 은행채, 여신전문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 고려아연 · CJ제일제당 등, 수요예측 흥행 속 증액 발행 줄이어
4월 중 최대 규모 발행사는 고려아연(AA+)으로, 총 7000억 원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3100억 원)과 3년물(3900억 원)로 나눠 발행됐으며,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수요예측에서 최초 신청액 4000억 원 대비 1조16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고려아연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선 것은 2010년 12월 이후 약 15년 만으로, 조달 자금은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빌린 고금리 사모사채(메리츠금융, 금리 6.5%)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CJ제일제당(AA, 6000억 원)과 호텔신라(AA-) · NH투자증권(AA+) · CJ대한통운(AA-)은 각각 4000억 원 씩 발행하며 거액 발행을 주도했다. 발행 규모 상위 10개사의 발행 규모는 3조9천억 원(52.3%)으로 전체의 과반을 넘었는데, 4월 유일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기업인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한 9개사 모두 AA- 이상의 우량등급이었다.

또한, 3000억 원 이상을 발행한 기업 수는 전월 11개사에서 8개사로 줄어든 반면, 1000억 원 이상 3000억 원 미만은 15개사에서 22개사로 증가했다. 이는 대형 발행이 많은 금융지주, 보험사 등 금융권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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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계열 그룹 별로는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을 앞세워 총 1조 원의 공모채를 발행하며 단일 계열 기준 최다 발행 실적을 기록했다. 양 사는 각각 3000억 원, 1500억 원의 증액 발행에도 성공하며 시장 내 신뢰도를 재확인했다. 이 외에도 SK그룹(5300억 원 - SK네트웍스 · SK브로드밴드 · 아이지이), LX그룹(4500억 원 - LX인터내셔널 · LX하우시스)이 활발한 발행을 이어갔다.

CJ · SK · 한화 그룹을 포함한 상위 8개 계열 그룹의 발행 총계는 4조 2200억 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56.6%에 달했다. 영풍과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그룹이 모집액 대비 5배 내외의 자금모집에 성공하는 등 시장의 높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림지주, 유일한 미매각… 한토신도 간신히 모집액 채워
수요예측 경쟁률에서는 SK네트웍스의 2년물이 15.7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천리 3년물(14.5대 1), HD현대건설기계의 2년물(11.0대 1) · 3년물(11.9대 1) · 5년물(11.5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총 11개 트랜치에서 10배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부분 증액 발행으로 이어졌다.

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장 전반의 양호한 흐름과 달리, 하림지주(A-)의 2년물은 500억 원 모집에 400억 원의 사전수요에 그치며 4월 발행 트랜치 중 유일하게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1년 6개월물도 700억 원 모집에 880억 원 수요로 간신히 목표를 채우는데 그쳤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저조함에 따라 발행금리도 민평금리 대비 오버(상회)로 확정되는 등 최종 4%대(4.125 ∼ 4.211%)로 결정됐다. 이는 동일 등급 · 기간물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 중반대에서 결정된 점에 비교해 볼 때 약 65bp가 높은 수준이다.

하림지주의 부진은 자회사 배당에 의존한 현금흐름 구조와 높은 재무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1854억 원)과 자금보충약정(1314억 원) 등 우발채무 및 잠재적 지원부담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하림지주는 팬오션(운송), NS쇼핑(유통), 선진(사료) 등 자회사들의 사업 안정성과 수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있으나,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0.6%, 차입금 의존도는 53.2%에 달하며, 자회사 하림산업에 대한 유상증자 등 지속적 자금 지원으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하림지주는 자회사 하림산업의 지속적인 적자와 부채 증가로 인해 2023년 한 해에만 1000억 원의 자금을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했고, 2024년 1월에도 하림산업의 3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계열사 지원 부담은 하림지주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하림산업은 2020년 이후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294억 원→△589억 원→△868억 원→△1096억 원→△1276억 원), 여기에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본격화로 자금소요 증가가 예상돼 하림지주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토지신탁(A-)도 2년물(200억 원)과 3년물(300억 원) 발행에서 악화된 업황을 반영하듯 겨우 모집액을 채우는 데 그쳤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발행금리도 공모희망 금리밴드의 상단으로 결정되며 5%대 후반(5.628 ∼ 5.859%)에서 조달이 이뤄졌다.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개발신탁에 강점을 가진 업계 상위사지만, 최근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시장으로 시장구조가 전환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다. 여기에 비우호적인 건설경기, 높은 우발채무, 감소한 수익성 등이 수요예측 부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밖에도 GS엔텍(A, GS글로벌 보증부), 한화호텔앤드리조트(A-), OCI(A+), 삼척블루파워(A+) 등 총 10건의 트랜치가 2배 미만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 시장 전반 ‘옥석가리기’ 본격화… 기업 대응 전략 중요성 커져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안정화에 따라 자금 유입 흐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별 기준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건설 관련 업종과 실적 부진 기업들은 더욱 까다로운 조달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우량채 중심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비우량채는 신용 리스크, 재무구조, 업황 등을 기준으로 더욱 정교하게 필터링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모집 성공 여부가 아닌, 금리 조건과 리스크 관리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표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표 = 한국금융신문 / 데이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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