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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금)

보험 품는 임종룡 회장, 당면 과제는 '노사 문제'···목표는 '자본적정성' [우리금융-동양·ABL 인수]

기사입력 : 2025-05-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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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 노조, 위로금 1200% 요구···1192억 규모
금융위, 채권보다 근본적인 자본적정성 제고 주문
유상증자 등 통한 보통주자본 위주 자본확충 필요

우리금융그룹 본사 / 사진제공 = 우리금융지주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그룹 본사 / 사진제공 = 우리금융지주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 인수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강화와 위로금·고용승계 등 노사문제, 조직통합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판단대로 우리금융이 인수와 통합을 이뤄낼 역량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행 과제는 노사 문제 해결···요구 위로금만 1192억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우리금융그룹의 동양 · ABL생명 인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로써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은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진정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의 기틀을 만드는 과업을 이뤘다.

대규모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평가 3등급을 받은 우리금융에는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조건부'인 만큼 이후 남은 과정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정상화·안정화까지 이루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지게 됐다.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과제는 노사문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는 우리금융에 고용 보장과 위로금 등 보상 방안에 대한 확답을 재촉하고 있다.

양 보험사를 인수한 후에도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전부 승계해달라는 것이 노조 측의 요구다.

여기에 1200% 수준의 '위로금'도 촉구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는 위로금 관행이 있는데, 과거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될 당시 평균 기본급 4개월의 위로급이 지급됐었던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1200%를 주장하는 것이다.

2024년 말 기준 평균 연봉이 1억 400만원에 달하는 동양생명의 임직원이 986명, 평균 9100만원의 연봉을 받는 ABL생명 임직원이 848명임을 고려하면 위로금이 그대로 지급될 경우의 일회성 비용은 단순 계산으로도 무려 1192억원에 달한다.

추후 양 보험사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위한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위로금을 노조의 요구대로 모두 지급하는 것은 우리금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보통주자본 비중 높여 자본적정성 제고해야
자료 = 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 각 사


노사·조직 문제 이후 중장기적으로 우리금융이 반드시 이뤄야할 목표는 그룹을 비롯한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제고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5.5%로 전년도 보다 무려 38%p 가량 하락했고, ABL생명도 153.7%에 그쳤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130%선보다는 높지만 220%가 넘는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의 경우도 동양생명이 79.8%, ABL생명이 83.7%로 양 사 모두 90%가 채 되지 않는다.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한 적정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그룹 자본적정성 추이 / 자료 = 우리금융지주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그룹 자본적정성 추이 / 자료 = 우리금융지주

동양생명은 킥스 비율을 1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금융업계에서는 양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강화를 위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본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밸류업이 꾸준히 강조되는 상황에서, 올 1분기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2.42% 정도인 우리금융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인수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거두게 될 대규모 '염가매수(bargain purchase)차익'을 고려하면 증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염가매수차익이란 인수 대상 기업의 총자본(순자산) 시장가격 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경우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는 가격은 각각 1조 2840억원·2654억원으로 총 1조 5494억원인데, 작년 말 기준 동양·ABL생명 지분의 순자산은 2조1,780억원이다.

즉 6,286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4월 동양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 외화채를 발행, 차환금액을 제외하면 약 3700억원의 자본 확충 효과를 보게 돼 우리금융의 자본 투입 부담이 한층 줄었다.

ABL생명도 작년 9월과 12월 각각 2000억원·10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데에 이어 지난달에도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 확충으로 적정성을 높였다.

다만 우려되는 점는 후순위채권을 통한 자본 확충은 금융당국이 요구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은 빠르게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달비용이 높고 금융위기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본성증권 비중을 9% 미만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유상증자와 이익유보 등을 통한 보통주자본 위주의 자본 확충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금융 측은 인수 마무리 후 유상증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 자본적정성 제고에 힘쓸 방침이다.

이에 더해 ▲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확대 ▲유휴 은행점포 등을 활용한 요양 및 헬스케어 사업 검토 ▲우리자산운용에 보험사 운용자산 위탁 등으로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 해 수익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양생명 영업이익 구성 / 자료 = 나이스신용평가이미지 확대보기
동양생명 영업이익 구성 / 자료 = 나이스신용평가
긍적적인 점은 동양생명의 실적이 이미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손실부담계약비용 감소로 보험이익이 증가하면서 우수한 수준의 수익성(ROA 0.9%)을 유지했다"며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인 보험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반적인 수익성은 우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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