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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금)

"해외서 번 만큼 투자에 쓴다"…오리온, '제과·제약' 글로벌 중심 설까

기사입력 : 2025-04-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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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에 4600억 투자…국내 식품기업 최대 규모
러시아·베트남서도 생산라인 증설…글로벌 마중물
리가켐바이오 인수로 '제과·제약' 투트랙 추진 속도

러시아 현지 매장에 진열된 오리온 제품들. /사진=오리온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현지 매장에 진열된 오리온 제품들. /사진=오리온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초코파이와 꼬북칩, 마이구미 등으로 K제과 열풍을 일으킨 오리온이 과감한 투자로 성장세를 이어간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의 뼈대 역할을 하는 제과 사업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어 국내외로 K제과 일등주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엔 제약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공들이는 모습이다. 오리온이 지난 1년간 쏟아부은 투자액만 1조가 넘는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충청북도 진천군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 구축에 4600억 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는 최근 5년 내 식품기업의 국내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오리온이 추진하는 진천 통합센터는 축구장 26개 크기인 18만8000㎡(약 5만7000평) 부지에 연면적 14만9000㎡(약 4만5000평) 규모로 조성된다. 생산과 포장, 물류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원스톱 생산기지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올해 중순 착공하며, 국내는 물론 수출 물량 공급을 담당한다. 진천 생산공장이 완공될 경우 오리온의 국내 생산능력은 최대 2조3000억 원 규모에까지 오른다.

아울러 오리온은 러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함께 진행한다. 오리온의 러시아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2305억 원으로, 전년(2003억 원) 대비 15.1% 증가했다.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 판매물량이 최근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러시아 공장가동률이 120%를 넘는 상황에서 초코파이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트베리 공장 내 새로운 공장동을 세우기로 했다. 이는 오리온이 지난 2022년 트베리 신공장을 가동한 후 3년 만이다.

러시아는 일상에서 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적 특성상 초코파이 같은 과자류를 선호한다. 이에 오리온은 2400억 원을 투입해 파이와 비스킷, 스낵, 젤리 등 16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이로써 러시아의 생산량은 현재의 2배 수준인 7500억 원까지 확대된다.

베트남에서도 공장 확충에 나섰다. 오리온의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4755억 원에서 8.2% 뛴 5145억 원을 나타냈다. 베트남 법인은 매해 성장세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만 1300억 원을 들여 현지 1등 식품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옌퐁공장 내 공장동을 신규 증설해 쌀스낵 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오리온의 쌀스낵은 출시 6년 만인 올해 베트남 마켓쉐어 1위 달성을 눈앞에 뒀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캔디 등 신제품뿐 아니라 파이와 젤리 등 기존 제품의 추가 생산라인도 확대한다. 오리온의 계획대로라면 베트남은 9000억 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물류센터와 포장공장이 들어서는 하노이 3공장은 올해 착공에 들어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포함, 오리온이 국내외 공장 확충에 쓴 투자액만 8300억 원에 달한다.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오리온은 매출 5조, 영업이익 1조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리온 사옥. /사진=오리온이미지 확대보기
오리온 사옥. /사진=오리온
오리온의 과감한 투자 배경에는 그만큼 해외에서의 빠른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조1043억 원으로, 실적 최대치를 찍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436억 원이다. 영업이익률 17.5%를 기록하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 사상 첫 매출 3조 돌파는 물론 최고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진기록이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2조441억 원으로, 전년 1조8766억 원에서 8.9% 올랐다. 이로써 오리온의 글로벌 비중은 66%를 넘어섰다. 동종업계인 롯데웰푸드가 해외 비중 20%를 턱걸이했고,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은 10% 턱밑에서 주춤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내수 침체로 저성장에 빠진 상황에서 오리온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 해외 6곳에 법인을 마련했다. 주요 생산시설로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5개 국가에 17곳이 있다. 특히 중국은 오리온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조2701억 원을 벌어들였고, 이는 전체 해외 매출의 62.1%를 차지한다. 오리온이 중국 현지 시장에 맞춰 판매망을 경소상에 집중한 영향이다.

경소상은 우리나라의 중개판매상과 비슷한 개념이다.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중국 현지 유통망에 판매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중국에서 간식점 같은 소형 채널이 유행하자 경소상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또한,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경소상이 대륙 곳곳을 아우른다. 오리온은 이러한 경소상 발굴에 주력했고, 그 결과로 초코파이나 마이구미 같은 인기 제품들을 중국 구석구석에 선보이게 됐다.

이처럼 오리온이 실적 탄탄대로를 걸으면서 회사 곳간도 두둑해졌다. 지난해 오리온의 현금성 자산은 4513억 원으로, 전년(3658억 원) 대비 23.4% 늘었다. 같은 기간 오리온 자산총액은 전년 3조5214억 원에서 22.3% 뛴 4조3084억 원을 그렸다. 오리온은 신공장 증축 자금으로, 해외 법인의 배당금을 썼다. 오리온은 지난 2023년부터 해외 법인의 국내 배당을 시작했으며, 지난 3년간 총 6400억 원을 확보했다. 이러한 배당금을 식품사업에 투자하고, 주주환원에도 사용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오리온은 지난해 초 제약회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를 인수했다. 오리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인수합병(M&A)에 55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했다. M&A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제주용암수 인수 후 8년 만이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로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 리가켐바이오에는 오리온 담철곤·이화경 회장 부부의 장남인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전무가 사내이사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은 K제과와 K제약을 동시에 성장시켜 글로벌 식품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오리온이 지난 1년간 1조가 넘는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공급 물량 확대는 물론 미국과 중국, 호주, 유럽 등 수출 물량에 대한 제품 공급력을 갖춰 나가겠다”며 “(리가켐바이오는) 글로벌 최고 수준인 차세대 항암제 ADC 개발 능력을 보유한 곳으로, 보스턴 자회사를 통한 자체 임상 능력을 확보해 세계적인 빅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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