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같은 시기 임기 만료를 앞둔 4대 시중은행장 중 유일하다. 연임 시 1년씩 임기가 부과되는 관례를 깨고 신한금융지주는 연임 임기를 2년으로 발표하며 정 행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행장이 국내외 실적 성장을 비롯해 책무구조도, AI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관련 성과를 이어가며 초격차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임기만료 대상이 되는 신한금융의 13개 자회사 중 무려 9개 자회사 CEO가 교체됐다.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졌지만 신한금융 대표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상혁 핵장은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으며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고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취임 후 국내외 실적 고속성장 견인
정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순이익 3조677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 자리를 지켰다. 올 1분기에는 928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선두 싸움을 이어오던 KB국민은행(1분기 순이익 3895억원)과 하나은행(8432억원)을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이어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조5991억원) 보다 19.4% 증가한 3조1028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익 기준 2위를 차지한 하나은행(2조7886억원)과 3000억원 이상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은행권에서 연간 기준 순이익 선두 자리에 오른 건 2018년이 마지막이었지만, 올해 들어 분기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6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 행장의 성과는 국내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한은행 해외법인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3502억원) 보다 24% 증가한 43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해외법인 누적 합산 순이익 6305억원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국민은행은 적자를 기록, 우리은행은 역성장한 반면 신한은행은 홀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초격차 달성·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제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임기에 정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리딩뱅크 탈환'과 '초격차 달성' 등을 꼽는다. 올해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탈환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약진도 심상치 않다.
국민은행은 2019년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은 후 줄곧 1위를 기록해왔다.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영향으로 영업외손실이 확대되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실질 영업력을 나타내는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이 여전히 4대 은행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충당 부채로 인식되는 손실 보상 이슈가 해결되면 빠르게 순이익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대출자산 성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익 규모를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과 2023년에 리딩뱅크에 올랐다. 올 3분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 차이는 3000억원 수준으로 차이가 적지 않지만, 순익 기준 2위로서 신한은행을 맹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김기흥 신한은행 CFO는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NIM 전망에 대해 "금리 인하로 NIM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올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전년 동기(1.63%) 대비 0.07%포인트, 전분기(1.60%) 대비 0.04%포인트 낮아졌다. 금리부 자산을 늘려 이자이익을 유지하겠지만 최근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조절을 강화함에 따라 이 또한 쉽지 않다.
대안은 '수익다각화'다. 정 행장은 시니어 전문 사업을 비롯해 방카슈랑스, 신탁 사업등에서 수수료이익을 늘리며 비이자이익을 임기 내 3배 가까이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022년 3.20%에 불과했던 신한은행의 총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 기여도는 올 9월 말 기준 9.30%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타 시중은행들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비이자이익 강화에 나서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전략을 통한 시장 장악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책무구조도·AI 등 정상혁 표 혁신 이어질 듯
정 행장의 연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내부통제’도 놓쳐서는 안 될 과제다.신한금융은 이달 초 정 행장 2년 연임을 추천하며 “정상혁 은행장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 취임 직후인 2023년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책무구조도를 준비해 왔다. 올해 초 공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하위 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정교화 과정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시범운영 참여 제출 기한이 10월 말이었으나, 한 달 이상 앞선 9월 금융감독원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난 7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첫 금융회사다.
이 같은 선제적 조치는 조직문화 차원의 내부통제 정착을 강조하고 있는 정상혁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행장은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본에 더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신뢰”라며 “내부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행장은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이 시스템을 통해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금융 디지털화에 발맞춘 AI 부문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정 행장은 취임 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했다. 내년 1월 열리는 ‘CES 2025’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CES의 올해와 내년 주제는 AI로 정 행장은 전시에 참가해 AI 관련 세계 트렌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AI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정 행장은 지난달 서울 중구 서소문에서 운영 중이던 디지로그 브랜치를 고도화해 AI 기술을 적용한 ‘AI 브랜치’도 개점했다.
AI 브랜치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주요 은행 업무를 AI 은행원과 디지털 기기가 수행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AI 브랜치 입구에서 AI 은행원을 통해 창구를 안내받고 계좌 및 체크카드 신규, 외화 환전, 제신고 등 은행 업무를 AI 은행원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본업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디지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역량을 보인 것이 정 행장 연임의 이유”라며 “신임 행장들에 밀리지 않고 진취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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