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6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금조달 규모가 당시 현대차증권 시가총액(2791억원) 대비 70%를 넘으면서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자금 사용처를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차증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지 알 수 있다.
RCPS는 지난 2019년 현대차증권이 자본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발행했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부문에 치중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실패했다. RCPS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결국 이번 대규모 유증은 현대차증권의 미흡한 전략의 결과다.
현대차증권, 뚜렷한 강점 부재 우려
현재 국내 증권업계는 말 그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은 사업다각화로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나아가고 있다. 초대형IB를 제외한 증권사들은 PF 부실 여파로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낮은 자기자본은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데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현대차증권이 자본확충을 하려는 이유는 분명 납득된다. 하지만 업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현대차증권이 유증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위탁매매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해외’다. 해외주식 투자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토스증권이다. 올해 3분기 토스증권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1141억원을 기록해 전체 증권사 중 4위에 올랐다. 해외 위탁매매 부문 성장에 힘입어 일부 초대형IB들을 제친 것은 물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토스증권은 편리한 UI, 콘텐츠 중심 접근성 강화, 토스앱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 등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줬다. 아직은 위탁매매라는 단일 수익모델의 한계가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토스증권만의 색으로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WM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단연 눈에 띈다. IB부문은 치열한 경쟁과 인력 이탈 등으로 수익규모는 쪼그라들었지만 이전부터 WM을 강화하면서 그 역량을 해외 시장까지 넓히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는 그 자체 혹은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증권만의 뚜렷한 강점이나 전략이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 결과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유증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우선적으로 기업은 현 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대차증권이 반발에 직면한 이유는 이러한 로드맵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은 시장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증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장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주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주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내년 초 성장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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