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의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금융주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상실됐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인 이탈에 금융주 주가 추락···금융지주 "영향 제한적"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4일부터 9일까지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 하락률(종가 기준)은 평균 13.15%에 달했다.KB금융의 주가는 지난 3일 10만1200원에서 8만2800원으로 18.18%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같은 기간 6만6000원에서 5만7200원으로 13.33% 내렸다.
금융주는 올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4대 금융 주식 순매도 규모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총 5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장 큰 금융지주 종목은 3762억원을 기록한 KB금융이었고, 신한금융(1175억원), 하나금융(578억원), 우리금융(137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유효하다는 점과 내년 이후 총주주환원율 큰 폭 상승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주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총주주환원율 상향과 수익성 다변화에 따른 안정적 이익 증가, 여전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감안하면 은행주 투자매력은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들 역시 이번 사태가 기업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밸류업 기대감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추가 유입도 있었지만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많이 증가해 KB금융의 주가가 연초대비 큰 폭 상승했다”며 “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시장 변동성이 커져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비상대응체계 가동···리스크 관리·신인도 회복 총력
금융지주들은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KB금융은 지난 4일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 회의를 개최해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에 대한 점검 및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체계적 비상대응체계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다.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강화 및 대고객 소통 확대, 주주 및 직원 등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안정화 지원, 금융거래 분석을 통한 유동성리스크 선제적 대응, 주요 앱 점검 등 IT 및 보안 관련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7일 지주 및 그룹사별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정국 변화 및 장기화 우려에 따른 현황 파악, 리스크 점검, 고객 응대 방안, 모니터링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피해 우려 및 금융사고 예방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위기관리위원회 상시 개최를 통한 면밀한 대응을 지속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시장 모니터링 및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그룹사별 위기관리위원회 등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위기상황 판단을 위해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 환율, 주가, 금리 등 시장기반 경제변수 등으로 이뤄진 발동지표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기경보단계에서는 종합리스크관리부장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관 실무자 중심의 비상대응조직을 운영해 실무·점검회의를 실시한다. 위기단계 심화에 따라 리스크관리그룹장을 위원장으로 주요 부서장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협의회로 격상해 위기대응 방안을 수립·실행한다.
위기상황이 보다 심화될 경우엔 사전에 수립된 자체정상화계획에 따라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체정상화위원회를 소집해 자체적으로 은행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행적 대응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계엄 사태 발생 즉시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회장 주재 긴급 임원 회의를 실시해 업무를 점검하고 고객 불편이 없도록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IT 등 사고 예방에 철저히 대비하고 내부통제 허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소통에도 각별히 신경쓸 것을 주문했다. 시장과 연관된 자회사들은 유동성 관리 및 시장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각 자회사는 CEO 주관 임원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지주들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당부에 따라 해외 투자자와 소통하며 대외신인도 회복에도 나서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 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지주는 위기 때마다 높은 건전성을 바탕으로 금융 안정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면서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KB금융은 최근 주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보내 최근 계엄 사태에 대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의 변함없는 이행도 약속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관계자들과 면밀히 소통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해외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실시간 소통을 진행하고 밸류업 이행 계획에 맞춰 변함없는 추진 등을 약속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