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보다 지분율이 낮은 상태로 다가올 주주총회 표대결을 맞게 됐다.
최 회장 불안 요소는 한 가지 더 있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는 주주들이 실제 지원 사격에 나설지 여부다. 한화그룹(7.75%)은 사실상 최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현대차그룹(5.05%), LG화학(1.89%)은 아직 모호하다. 우군으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0.8%)은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고 사실상 이탈했다. 그렇다고 MBK·영풍 승리로 확정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7.48%)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을 지지한다면 현대차·LG 등 기업들도 부담을 덜 수 있고, 5~6% 가량 일반 주주 표심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철회를 통해 필패가 예상됐다면 무리가 되더라도 더 추진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해주실 분은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님들”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의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건 주주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어 새로운 의장은 사외이사가 되도록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입증된 경영 능력이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올해 3분기에도 매출이 3조20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신재생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재활용 금속 등 3가지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미래 비전도 갖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과 동일한 제련업을 영위하는 영풍은 안그래도 부진한 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과 산업재해 문제로 2개월 조업정지가 내려지며 추가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최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국민연금이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는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해석될 측면이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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