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세대인 MZ세대의 공간 욕망이 곧 부동산의 미래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 트렌드 읽기는 아래 세대를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금융신문이 오는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하는 '2024 한국금융투자포럼'에서 박 위원은 ‘인구감소 시대 부동산 생존 전략’을 주제로 부동산시장 투자전략을 발표한다.
박 위원은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인사이트를 갖추기 위해선 MZ세대의 공간과 소비 욕망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시장에서 핵심 수요층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2030세대인 MZ세대의 발자취에 따라 부동산시장도 널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특히 MZ세대의 투자 DNA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주거 공간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MZ세대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아파트를 마치 게임 아이템 사듯이 투자한다는 뜻의 ‘아파트 득템’ ▲레저도 도심 모텔·호텔에서 즐긴다는 의미의 ‘콘크리트 레저’ ▲안전한 주거 공간이라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주거 가안비(價安比)’를 제시했다.
박 위원은 “따뜻한 물만 나와도 만족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른 30~40대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욜로(YOLO)나 카르페디엠처럼 현실주의적인 가치관이 강해서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기성세대의 ‘몸테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세대의 코인 투자 세계에서 ‘인생은 한강 물, 아니면 한강 뷰’라는 말이 있다”며 “이는 한탕주의식 투자 관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의 주거 로망이 한강 조망권 아파트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강 변 아파트 중에서도 꼭대기 층의 펜트하우스가 MZ세대 주거 욕망의 정점일 것”이라며 “집은 그 세대의 공간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주관적 선호 대신 자녀가 선호하고 활용·관리가 가능한 부동산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의 지론이다.
박 위원은 아파트가 단순 재테크 대상에서 신분재, 축장(蓄藏), 현금흐름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액 월세가 늘면서 아파트도 꼬마빌딩을 대체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지역별 랜드마크 아파트에서 월세 수입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 부동산시장의 핵심 변수로는 인구와 기후, 거시 경제 여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박 위원은 “인구는 그 나라 경제나 부동산을 움직이는 펀더멘털로, 전국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세에 돌입했고 수도권은 2036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이라며 “가구 수는 204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시장은 인구보다는 가구 수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로 도심 생활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도 고려해야 한다”며 “산사태와 해안가 침수 등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시골 생활보다는 도심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저성장에 인구 감소로 소비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 수와 가구 수가 동시에 감소하면 부동산의 위험성이 더 커지고, 실물경제 저성장 시대가 오면 부동산도 흐름에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에 ‘초양극화(The Great Divide)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박 위원은 “시골의 논밭은 '좌초자산'이 되고 소유 부동산이 감옥처럼 느껴지는 '공간의 마태효과(부익부 빈익빈)'가 우려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주거 시장도 지역별로 분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은 자산적 가치로는 면이나 선이 아닌 점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교외보다는 도심으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위원은 “도심 콘크리트 키즈인 MZ세대와 알파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자연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약하고 콘크리트, 아스팔트 문화에 익숙하다”며 “이들 세대가 주역이 되면서 도심 쏠림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선호 현상으로 수직 도시와 스마트 도시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은 “초고층 주거복합시설이 대세가 되면서 뉴욕 맨해튼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이 완만한 수축을 나타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주택시장은 2023년대부터 인구 위기 영향권에 들면서 완만하게 수축하다가 인구 수와 가구 수가 동시에 감소세에 접어드는 2040년 충격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래회전율 저하도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인구 충격이 적은 곳으로는 평균 연령이 낮은 지역과 부촌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비수도권에서 세종, 대전 유성구, 부산 강서구, 광주 광산구, 울산 북구의 연령층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버블 붕괴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빈집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쿄 3개구 타워 맨션은 신고가 행진을 보였다”며 앞으로는 필요한 부동산만 보유하되 도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시장 예측을 위해선 유효수요를 읽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부동산시장은 공매도 제도가 없기 때문에 낙관적 견해를 가진 유효수요가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부동산 트렌드를 빠르게 좇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거주 주택과 같이 필요한 부동산 이외의 나머지는 글로벌 자산에 베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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