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닫기김택진기사 모아보기·박병무, 이하 엔씨)가 지난해 박병무 공동대표를 내정하면서 밝힌 평가와 선임 배경이다.
최근 1주일 동안에는 문로버게임즈(7월 30일), 빅게임스튜디오(8월 5일) 등 유망 개발사에 대한 지분투자, 해외 거점 법인 설립(8월 7일) 등 신규 성장 동력 확보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 당시 엔씨는 신작 성과 부진과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던 리니지 시리즈마저 매출이 하락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다. 엔씨가 지난 5일 밝힌 올해 2분기 실적도 연결기준 매출 3689억원, 영업이익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75%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엔씨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공동대표제로 전환하고 기존 김택진 대표에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개발자 출신 김택진 대표가 게임사업을 총괄하고 전문 경영인 박병무 대표가 체질 개선 등 경영 쇄신에 집중하며 새로운 변곡점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1961년생 박병무 공동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입학·졸업 모두 수석을 따낼 정도로 수재다. 3학년 재학 중 당시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1989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약 12년간 M&A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박병무 대표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 한국 법인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에 취임했다. 당시 그는 제일은행,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성공시키는 등 M&A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병무 대표 경영 능력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 2006년 대표이사로 합류한 하나로텔레콤 시절이다.
당시 하나로테레콤은 주력이던 초고속인터넷사업 경쟁력 약화와 전화사업 부진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박병무 대표는 하나로텔레콤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IPTV, VOD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했다. 두 사업 모두 하나로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들이다. 신규 사업 성장으로 경영위기에서 벗어난 하나로텔레콤은 2007년 SK텔레콤에 인수됐으며 현재 SK브로드밴드로 변경됐다.
이후 박병무 대표는 2008년 다시 김&장 복귀했다가 2010년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고펀드 대표 시절에는 동양생명, BC카드, 아이리버,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17개 기업 M&A를 성공시키며 국내 사모펀드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엔씨가 박병무 대표를 선임한 것도 경영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박병무 대표에 대한 김택진 대표 신임이 매우 두터운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대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병무 대표가 김택진 대표보다 6살 더 많다. 박병무 대표도 2007년부터 엔씨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경영 고문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14년 넥슨과 엔씨 경영권 분쟁 당시 박병무 대표가 엔씨 우군으로 등장해 넷마블 동맹을 끌어내는 등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3월 박병무 대표와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 미디어 간담회에서도 신뢰감을 비추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엔씨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경영체제로 변화에 나선다”며 “새롭게 선임된 박병무 대표는 경영전문가로 회사의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고 미래 동력 발굴에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현재 박병무 대표는 선임 당시 밝힌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경영 효율 강화 ▲모든 구성원이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구축 ▲경험의 내재화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화 기반 구축 ▲IP 확보 및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와 M&A 추진 등 4가지 사업 키워드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엔씨 리빌딩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당장 눈앞의 이득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건전한 리빌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중복된 기능은 효율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추진하려고 한다”며 “숫자에만 치중한 효율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뿌리를 없애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엔씨는 박병무 대표 취임 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적자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법인 청산에 나섰으며 5월 권고사직 등을 단행했다. 엔씨 총 임직원수는 약 5만명 수준으로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다. 박병무 대표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본사 인원을 약 4만 명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QA 서비스 사업부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 등 본사에 속한 2개의 비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신설회사는 ‘주식회사 엔씨큐에이(가칭)’, ‘주식회사 엔씨아이디에스(가칭)’ 등 2개 비상장법인이다. 엔씨는 8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회사의 분할 기일은 10월 1일이다.
이 같은 비주력 사업 군살빼기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711억원을 기록했다.
이제 박병무 대표 눈은 유망 IP 확보 등 투자와 M&A로 향하고 있다. 특히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캐시카우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박병무 대표는 “최근 국내외 투자를 통해 올해 초 약속한 신규 IP 확보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무 대표는 올해 하반기 앞서 언급한 문로버게임즈, 빅게임스튜디오 두 곳을 시작으로 본격 투자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문로버게임즈와 빅게임스튜디오는 슈팅,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로 엔씨 퍼블리싱 사업과 게임 장르 다변화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엔씨는 앞으로도 추가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해 사업 다각화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병무 대표는 M&A 진행도 신중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 3월 기자 간담회에서 “M&A는 사업 시너지와 미래 동력, 재무적 동력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엔씨는 지난 7일 베트남 대표 종합 IT기업 VNG와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합작법인(JV) ‘NCV GAMES’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 NCV GAMES는 엔씨 IP의 동남아 서비스와 운영을 담당한다. 올해 하반기 중 리니지2M 출시를 시작으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에 엔씨 게임을 선보인다.
합작법인 파트너인 VNGGames는 베트남의 1위 게임 기업으로 동남아 전역에 글로벌 인기 게임을 포함한 130종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VNG의 게임 자회사로 2004년 설립된 이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으로 퍼블리싱 전문성과 운영 역량을 쌓아왔다. 현재 아시아권 주요 10개 도시에 11개의 게임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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