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유권 논쟁 가열
미국에서 'AI 소유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가 AI 기업 지분 50%를 공공이 갖자는 법안을 냈고, 극우로 분류되는 스티브 배넌이 같은 50%를 외쳤으며, 샘 올트먼마저 '공공부 펀드'를 제안했다. 트럼프닫기
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대통령도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 거물들이 같은 입장을 내건 것은 흥미롭다. 당연히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 공론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한 발 더 깊이 들어간 발언을 내놓아 더욱 주목을 끈다. 이 사안이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6월 18일, 1,75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팟캐스트 'Diary of a CEO'에서 진행자 스티븐 바틀렛(Steven Bartlett)이 "샌더스는 시민들이 AI 기업의 50%를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하자 밴스는 "대통령도 그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50%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한다"고 전했다. 미국 부통령이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정부가 민간 AI 기업의 지분을 공공이 소유하는 방안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한두 마디 수준이 아니었다. 밴스는 이 사안에 대해 자신의 철학과 진단을 10분 넘게 구체적으로 풀어놨다.
이미지 확대보기밴스의 세 가지 문제 제기
밴스는 세 가지 주목할 만한 논점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분배 구조에 대한 입장, 둘째는 이러한 정책을 검토하는 배경으로 산업혁명이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탄생시켰다는 진단, 셋째는 AI가 감시·통제 권력의 도구가 될 위험에 대한 것이다.첫째, 세금 재분배(redistribution)가 아니라 소유권에 기반한 사전분배(predistribution)
밴스는 단순히 'AI 기업 지분을 나누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복지 이론의 두 개념을 끌어왔다. 부가 다 만들어진 뒤에 세금으로 거둬 나눠주는 '재분배'와, 부가 만들어지기 전에 시민에게 미리 자산의 지분을 쥐여주는 '사전분배'다. 그리고 그는 재분배 방식에 분명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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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떼어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소유권 기반의 분배 구조를 표명한 것이다. 벤스는 재분배 방식이 시민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사회적 종속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둘째, 산업혁명이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낳았다는 진단
밴스가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대량 실업이 아니다. 그는 AI가 곧바로 대량 실업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작 그가 두려워한 것은 대량 불평등이다. 그리고 그는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산업혁명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훨씬 더 부유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유럽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나타났다."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없앤 것이 아니라 부의 격차를 키웠고, 그 격차가 20세기 유럽을 극단의 이념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AI가 동일한 부의 격차를 만든다면, 같은 파국이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것이 밴스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AI 시대에 다른 소유 구조를 고민하는 이유일 것이다.
<1911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턴 탄광에서 석탄을 골라내던 어린 노동자들. 사진가 루이스 하인이 미국 아동노동위원회의 의뢰로 촬영한 작품이다. 산업혁명이 만든 부의 격차는 이렇게 어린 노동자들의 어깨 위에 얹혔고, 그 격차는 결국 20세기 유럽을 파시즘과 공산주의로 몰고 갔다. 사진 ⓒ Lewis Hine / U.S. Library of Congress (1911) >
셋째, AI는 근본적으로 공산주의 기술이라는 판단
벤스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자.
"나는 사회신용제도를 원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AI 알고리즘이 매긴 점수 때문에 당신이 맥주를 살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바로 그 결과가 두렵다."
여기서 사회신용제도란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정부가 모든 시민을 평가·관리하고 등급을 매기는 바로 그 정책을 가리킨다. 밴스는 AI가 정부와 기업이 사람을 감시하고 점수 매기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공산주의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즉 AI의 뛰어난 데이터 처리 능력이 감시 기술로 직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소수가 AI를 틀어쥐면 그것은 곧 감시와 통제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 이것이 AI 기업의 50% 또는 상당량의 지분을 정부 또는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의 또 다른 배경이다.
미국, AI 이후의 사회에 대한 우려와 대응을 본격화하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 종주국이자 AI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나온 이야기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공화당의 부통령이 AI가 사회를 어떻게 흔들지 걱정하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AI 기술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나라가, 그 속도가 무엇을 무너뜨릴지 가장 먼저 걱정하고 있다는 신호다. 샌더스에서 배넌으로, 올트먼에서 트럼프와 밴스로, 정치권의 좌와 우, 기업과 정부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AI가 만들 부와 권력을 소수에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AI 기업 지분'이라는 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 답이 그들에게 최선인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이런 수준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AI 시대에 대한 대응이 복지 제도의 개선이나 세금을 조금 더 걷어서 분배를 늘리는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판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기 시작했다.
AI 시대에는 경제 구조가 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권력의 존재 양태도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AI 시대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수정이나 개선 정도가 아니라, 과감하고 전례 없는 정책들을 발굴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떻게?
미국에서 거론되는 방안들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밴스가 던진 세 가지 문제 제기는 한국의 현실을 기반으로 다시 풀어야 한다.첫째, 세금 기반 재분배가 아니라 '자산 소유권 기반 사전분배'는 필자 역시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다. 미국은 'AI 기업의 지분'을 그 첫번째 대상으로 골랐다. 세계 최고의 AI 기업들이 미국에 있고, 그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니 이 지분을 공공이 나눠 갖자는 발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또한 AI 기업의 성장이 (필자가 6화 칼럼에서 언급했던) '초거대기업 전체주의'로 귀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제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자산을 채택할 수 있을까? AI 기업? 우리에겐 미국만 한 규모의 AI 기업이 없다. 소버린 AI(Sovereign AI)가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글로벌 지배력을 구축할 만큼 성장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한국이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지분? 이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모든 산업은 사이클을 탄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며, 불황기에는 그 지분의 가치도 함께 가라앉는다. 시민의 소득이 경기 사이클에 묶이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다. 우리에게는 더 견고한 자산,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수익을 내는 자산이 필요하다.
사실 미국의 AI 기업들 수익이 지속성을 갖는다는 보장도 없다. AI 모델 성능에서는 미국이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달성한 중국 AI 회사들의 저가 공세로, 중국 AI 업체들이 토큰 사용량에서 미국 업체들을 훌쩍 앞질러 버렸다. 즉 AI 총 사용량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의미이고, 토큰 사용량 격차도 증가하는 추세다.
AI 성능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저가 모델들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품질이 좋아지면 웬만한 일들은 저가 모델에서도 모두 처리 가능한 상황이 된다. 저가 모델의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미국 AI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그만큼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과 중국의 AI 지배력 경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보다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필자가 줄곧 ‘UBEE(Universal Basic Energy Equity, 보편적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 즉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직접 공동 소유하고 그 수익을 배당으로 받는 구조를 주장해 온 이유다. 에너지 인프라는 경기 사이클의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훨씬 더 안정적이다. 햇빛과 바람이 비치는 한 전기는 끊기지 않으며,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로봇 공장 같은 거대한 전기 수요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회 전체가 전기 문명으로 전환하면서 전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 생산 시설은 AI 기업 지분보다 훨씬 단단한 토대다.
둘째, 산업혁명의 급격한 부의 격차가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만들었다는 밴스의 진단은 정확하다. 우리는 산업혁명보다 더 거대하다고 일컬어지는 AI 혁명 단계에 진입했다. AI는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또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과도한 규모로 부의 집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행히도 미국 정치권이 산업혁명 시대의 교훈을 먼저 끄집어냈다. 우리 역시 새로운 경제 구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셋째, 벤스의 진단과 같이, AI는 강력한 감시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다른 어떤 기술보다 높다. 누가 그것을 쥐느냐에 따라, 같은 기술이 자유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통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소수의 거대 기업, 또는 그 기업과 결합한 국가가 AI를 독점하면 그것은 곧 감시 인프라가 된다. 우리 역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게다가 AI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는 위험성도 이제는 인류 사회가 대응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필자는 AI시대에는 '거버넌스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AI가 감시 도구로 활용되거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막고, 개인의 자유와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는 당파를 초월하여 같은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력을 새삼 느낀다. 다행스럽게 한국에서도 AI 산업의 발전에 따른 초과 세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만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수준의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근본적이고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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