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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코스닥 개혁의 열쇠, ‘한 지붕 두 가족’ 끝내야 산다

기사입력 : 2026-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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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의 ETF 전환 상장, 지금이 기회입니다

[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코스닥 개혁의 열쇠, ‘한 지붕 두 가족’ 끝내야 산다이미지 확대보기
1996년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모델로 출범한 코스닥(KOSDAQ) 시장이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중소·벤처기업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기대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코스닥이지만, 오늘날 우리 자본시장에서의 위상은 ‘혁신의 요람’보다는 코스피의 ‘2부 리그’ 혹은 ‘보조 시장’이라는 종속적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마침 지난 12일, 세계 최고 혁신 기업인 스페이스X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마다하고 나스닥에 역사적인 상장을 단행하며 글로벌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상징적인 사건은 정체에 빠진 우리 코스닥 시장에 깊은 울림과 함께 명확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정체성 상실의 역사, 독립성 없는 시장의 한계

코스닥이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2005년 단행된 거래소 구조개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한국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등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코스닥은 독립 법인의 지위를 잃고 한국거래소(KRX) 산하의 한 ‘본부’로 편입되었다. 인프라 공유와 비용 절감이라는 눈앞의 실익은 얻었으나, 그 대가로 독자적인 정체성 상실과 경쟁력 하락이라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독립성을 잃은 시장은 이내 고질병을 앓기 시작했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으나 부실기업이 원활히 퇴출되지 않는, 이른바 ‘다산다사(多産多死)’ 메커니즘이 실종됐다. 이는 우량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야 할 자금을 분산시키고 시장 전체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또한, 실적과 무관한 테마주 중심의 높은 변동성은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불렀고, 결국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적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3부 리그제’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최근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승강제 기반 3부 리그제’ 도입안은 이러한 체질적 병폐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을 칸막이식으로 분리하는 방식은 코스닥을 여전히 코스피의 하부 시장으로 취급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물이다.

진정한 개혁은 기업의 급을 나누는 ‘내부 분리’가 아니라, 코스닥 시장 자체가 코스피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 안에서 등급을 쪼개는 방식은 상장 기업들에게 상급 리그로 가야 한다는 강박감만 갖게할 뿐, 시장 전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제고하지 못한다.

‘한국형 나스닥’을 위한 스핀오프(Spin-off) 결단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미국의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나스닥은 상장 유치부터 수수료 체계, 차등의결권에 대한 우호적 태도 등 제도적 유연성을 무기로 NYSE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을 지켜줄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에 나스닥이 우호적이었고, 우주데이터센터 건립 및 화성 이주라는 장기적 비전을 단기적 적자보다 높이 평가하는 독립적인 상장 기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 덕에 스페이스X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나스닥 상장 거대 기업들은 나스닥을 떠나 NYSE로 둥지를 옮기는 일은 없다. 우리의 코스닥 기업들이 덩치가 커지기 무섭게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코스닥이 코스피의 ‘영원한 동생’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서는 미국의 나스닥처럼 한국거래소로부터의 완전한 분리 독립이 필수적이다. 코스닥본부를 완전히 스핀오프하여 독자적인 상장 기준과 공시 제도를 갖춘 ‘별도 법인’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독립 법인으로 거듭난 코스닥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같은 모험적 혁신 기업에 최적화된 지원 모델을 개발할 것이며, 코스피와 대등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진정한 기술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시장감시기능의 분리로 감독체계 강화도 필요

운영과 감시의 분리 역시 시급한 과제다. 현재처럼 한국거래소가 시장 운영권과 감시 기능을 동시에 쥐고 있는 구조는 선수가 심판의 완장까지 차고 경기장을 뛰는 격이다.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와 청산·결제 기능(CCP)을 별도의 독립 기구로 전환하여, 코스피와 코스닥은 물론 대체거래소(ATS)까지 아우르는 중립적인 감독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시장 인프라가 중립화될 때 비로소 코스닥은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은 내부를 쪼개는 작업이 아니라, 독립된 운영 주체가 사활을 걸고 끊임없이 혁신할 때 발생한다. 이제는 코스닥에 ‘분리 독립’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어,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미국의 나스닥시장과 같은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시장을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필자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1988년 하나증권(전 대한투자신탁) 입사를 시작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35년을 걸어왔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후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사업부 대표를 거쳐 201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TIGER ETF 사업부를 이끌며 국내 ETF 시장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22년 12월 퇴임했으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을 지냈다.

서유석 칼럼니스트/전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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