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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해결 의지 있나? 앞뒤 안 맞는 구영배 ‘피해자만 피눈물’

기사입력 : 2024-07-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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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출연 한다더니 기업회생 신청한 구영배
기업회생이나 파산이나 소비자 피해구제 힘들어져
당초 사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 부족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재출연을 약속한 당일 티몬과 위메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진=큐텐이미지 확대보기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재출연을 약속한 당일 티몬과 위메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진=큐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29일 사재출연을 약속한 지 9시간도 채 되지 않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와 다소 동떨어진 행보다. 결론적으로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만 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그가 해결책으로 내세운 사재출연과 기업회생은 이번사태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시간을 끌기 위해 내세운 전략일 뿐 당초 사태해결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개인자산 활용한다더니…”앞뒤 안 맞는 구영배

구 대표는 29일 오전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큐텐과 저는 금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구 대표는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진 후 처음으로 낸 공식입장에서 사건 해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9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연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대규모 환불 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으로 자체적으로 재정 상황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사실상 돈을 돌려받기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구 대표의 발언과 이후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는 현재까지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액을 2100억원으로 추산한다. 앞서 발표한 1700억원에서 400억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지난 5월 판매분에 대한 것으로, 6·7월 판매분까지 합치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 대표는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지난 29일 법무부는 구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아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G마켓 팔고 손에 715억 유효하나…구 대표 사재 활용 가능성

구 대표는 앞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인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 활용을 통해 피해구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현재 큐텐 지분 42.8%를 소유한 대주주다.

구 대표의 지분이 크다고 한들 여기에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이미 큐텐 내 회사들의 신뢰는 바닥인 데다 재무구조 악화 등 회생 불가 지경에 이르러서다.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미래가 있어야 이를 활용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큐텐 내 회사들이 부실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지분 매각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큐텐의 자금사정도 빠듯하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큐텐의 누적 결손금과 유동부채는 각각 4310억원, 5168억원에 달한다. 올 2월 큐텐이 미국 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23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상태는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나마 그룹 내에서 자산가치가 가장 높은 큐익스프레스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이 회사는 시장에서 한때 최대 10억달러(약 1조3828억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적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자본금 930억원, 누적 결손금이 129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산 지연 사태 후폭풍이 거센 데다 큐익스프레스도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지분 매각 등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구 대표가 가진 재산은 어떨까. 그는 2009년 G마켓을 5500억원에 매각했다. 그가 손에 직접 쥔 금액은 715억원 가량으로 상당한 재산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는 이 재산이 지금까지 유효한지다. 일각에서는 큐텐 설립으로 해당 규모의 재산은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해당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고 피해금액규모가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참 부족하다.

◆애초에 해결의지 없었나…피해자만 ‘피눈물’

업계에서는 당초 구영배가 이번 사태해결을 위한 큰 의지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9일 내놓은 입장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뿐더러 이후 티몬과 위메프 기업회생 절차는 그저 시간 끌기용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기업회생을 하든 파산을 하든 피해자들의 구제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회생 신청을 하면 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 매출채권 등 회사 자산이 동결된다. 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일주일이 걸리므로 시간을 벌 수 있다. 만약 회생 절차가 진행되면 수년간 채무를 분할 상환하기 때문에 실제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 알려졌다.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두 회사는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도 나온다. 파산을 하게 되면 당연히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기 힘들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에 자산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 판매자들의 연쇄 부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5600억원 가량을 즉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급한 불 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판매자들 역시 소비자들에 이어 구 대표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섰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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