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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토)

나스닥 큰 그림 그리던 구영배, 정산지연 사태 책임은

기사입력 : 2024-07-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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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 무리한 몸집 키우기?
'자본잠식' 티몬·위메프, 무리한 거래액 늘리기
유통사·여행사·상품권·직원들까지 대규모 피해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이미지 확대보기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위메프로 시작된 정산지연 사태가 티몬으로 번지면서 큐텐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데는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의 책임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 키우기에만 집중한 탓에 정작 수익성 개선과 내실경영에는 신경 쓰지 못하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 18일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산금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만나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3일 티몬과 위메프가 공동으로 밝힌 ‘제 3금융기관 연계한 신규 정산 시스템 도입’ 해결책도 이번 논의에 따라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무자비한 이커머스 쇼핑, 독 됐나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내 1세대 이커머스 G마켓의 창업자다. 그는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한국에서 10년 동안 경업금지 계약을 이베이와 맺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2010년 싱가포르에 기반한 이커머스 기업 큐텐을 설립했다.

구 대표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었다. 이에 2020년 경업 금지 기한이 끝나자 2022년 티몬을 인수하고, 같은해 말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을 인수했다. 이듬해 3월엔 위메프까지 인수하며 짧은 기간 안에 이커머스 3사를 품에 안았다. 이커머스 쇼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2월엔 미국 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인수했고, 한 달 만인 3월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인 AK몰까지 품었다. 약 2년 만에 무려 5개의 이커머스를 손에 쥐었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였던 만큼 단기간 내 외형확대에 주력했다. 그래서였을까 인수 당시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수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따랐다. 이미 티몬과 위메프 등이 자본잠식 상태였고, 자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티몬와 위메프를 인수하고, 거래규모를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 등을 발행하다 보니 재무상태는 더 악화됐다. 위메프 한 직원은 “큐텐에 인수되고 거래액 키운다고 업체들 독려해서 했던 모든 프로모션들이 다 죄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의 2022년 기준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부채총계도 약 785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났다.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1309억원)의 5배를 웃돈다.

위메프 역시 자본잠식 상태다. 위메프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2440억원이다. 부채 총계는 3318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보다 27% 늘었다. 유동자산은 617억원으로 유동부채(3098억원)의 1/5수준이다.

여기에다 구 대표가 티몬, 위메프를 지분교환방식으로 인수한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티몬·위메프 지분은 큐텐이 갖고,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돈 한푼 안들이고 인수하면서 큐텐의 자금력이 의심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몬, 위메프 직원들은 임금과 퇴직금 체불 가능성까지 나온다. 모든 기업이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부 직원들 피해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유통업체·여행사 등 손절…‘머지 사태’ 보다 심각

유통사들은 이번 사태로 잇달아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섰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GS리테일, CJ ENM 등 유통기업들은 정산금 지연 사태가 확산된 19일 전후로 판매를 철수했다.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정산이 미뤄진 데 따른 것으로 지난 22일부터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가 여행사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소문까지 번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금감원에 등록돼 있다.

특히 티몬에서 판매한 컬쳐랜드·해피머니 등 상품권 업계 피해도 커지는 모습이다. 티몬의 정산 지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휴사들이 거래를 중단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대 피해를 안겼던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보다 더 큰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8월부터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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