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3%에서 10%까지 높이는 '보편 관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비판하고 "임기 첫날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금일 종가까지 현대차 주가는 27만5000원에서 25만5000원으로 7.8% 하락했다. 기아도 12만2900원에서 11만5900원으로 6%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칼을 겨누는 대상은 수입산 자동차다. 현지 생산 모델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생산체제를 비교적 잘 갖춘 업체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현지 생산·판매보다 한국 공장에서 차량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 2023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공장 판매 실적은 34만8000대, 35만7000대다. 이를 작년 미국 전체 도매 판매 실적으로 나눈 현지 생산 비중은 34% 수준이다. 나머지는 수출 판매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도입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비판한 적 있는 전기차 전환도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기아는 미국 전기차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가 워즈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계 브랜드의 전기차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브랜드별로 현대차가 33% 늘었고, 기아는 111% 증가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99% 한국산 수출 모델이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양사는 자체적인 전기차 할인 정책 등으로 사실상 회사가 정부 보조금을 대신 내주는 형태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당장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시장 선점을 위한 점유율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전기차 현지 생산 체제 구축도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말엔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가동한다. 이 공장에서 생산·판매되는 1대당 7500달러 수준의 IRA 보조금을 지급받을 전망이다.
과감한 투자 결정이 수확을 거두기 직전에 '트럼프 리스크'를 만난 셈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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