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금조달 통로이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몰리면서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0일 2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총 53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농협금융은 3.8~4.4%의 금리를 제시해 4.2%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두배 이상의 수요가 몰리면서 3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도 같은달 11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27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해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18일 DGB금융지주 역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완판했다. 올 초에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최대 증액 한도로 신종자본증권을 찍어낸 바 있다.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금융사 재무구조 개선 효과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면서 채권처럼 해마다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준다. 주로 금융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데, 발행사가 부실화될 경우 채권자가 손실 부담을 지는 구조다. 특정 요건이 발생하면 발행사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 이상이지만 통상 5년, 10년 등 발행사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붙는다. 보통 1개월 또는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금융소득을 연도별로 분산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은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행사 대부분이 파산 위험이 거의 없는 우량한 금융지주이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사의 신용등급은 AAA, 발행되는 채권의 신용등급은 AA나 AA-로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이 부각된다.
최고 5% 금리…발행기관 파산 땐 '원금 손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도 변제 순위가 후순위이기 때문에 발행금리가 높은 편이다. 같은 신용등급의 다른 채권이나 정기예금보다도 금리가 높아 인기가 많다. 특히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더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지난해 말 연 4%대였던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3%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앞으로 금리 인하기가 시작되면 3%대 정기예금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 중도에 매매차익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중은행에서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 자동이체 등 우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투자 시에는 예금 상품이 아닌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비교적 안정적 투자처로 분류되고 있지만 발행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면 이자 지급이 정지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투자금을 돌려받는 변제 순위가 후후순위이기 때문에 발행사가 부도나 파산 등으로 청산당하게 되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발행되고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원금 상환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말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입장을 번복하고 예정대로 이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발행사가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을 예상보다 늦게 회수할 수밖에 없다.
콜옵션 행사 시점이 5년, 10년 등으로 정해져 있어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도에 상품을 환매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 매수자를 찾아서 시장가격으로 매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적정 수익을 확보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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