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는 구본걸 회장이 지난 2007년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설립한 회사다. 구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펼쳐 LF를 패션그룹에서 금융, 식품, 부동산 등을 영위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럼에도, LF 전체 매출에서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LF가 패션기업으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LF는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리복 등 30여 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LF의 메가 브랜드 ‘헤지스’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LF가 지난 2000년 론칭한 헤지스는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지만, 유럽의 감성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헤지스는 1928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명문 로잉(Rowing) 팀이었던 ‘헤지스 클럽’을 모태로 한다. 로잉은 우리나라에서 조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브랜드 이름, 콘셉트 모두 ‘브리티시 트래디셔널(British Traditional)’을 기인한다.
LF는 헤지스의 경쟁력을 일찌감치 알아봤고, 아시아권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2007년 중국을 시작으로, 대만과 베트남 등에 진출한 것이다. 헤지스는 우선 중국의 3대 신사복 보유 업체인 ‘빠오시냐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중국에서만 500여 개 매장을 둘 정도다.
헤지스는 중국에서 철저한 현지화,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이는 K패션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중저가 전략을 펼쳤던 점과는 다른 양상이다. 헤지스는 고가 전략을 취한 만큼 제품 디자인, 소재 질 등도 한국과 똑같이 적용했다. 매장도 중국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 쇼핑몰에 집중했다. 상해 강후이, 캐리 센터, 남경 금응 등이 그 예다. 헤지스는 현재도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LF는 대만, 베트남에서도 헤지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13년 처음 선보였다. 당시 대만 패션기업인 ‘먼신 가먼트’와 손을 잡았고, 대만 내 2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특히 대만의 최대 규모 백화점인 ‘퍼시픽 소고’ 본점 충효점에 단독 매장도 오픈했다. 헤지스의 지난해 대만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올랐다.
LF는 지난 2017년 베트남에서도 헤지스 첫선을 보였다. 베트남 역시 고급 캐주얼 브랜드로 전략을 취했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 매장 1호점을 냈으며, 이후 호치민 등 지역을 넓혀 현재 9개 매장을 갖췄다.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코닉 라인’을 따로 모은 ‘아이코닉 존’을 카운터 뒤편 메인 영역에 배치한 점이 주효했다. 아이코닉 라인은 밝은 색감과 헤지스 특유의 ‘h’ 로고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지스 골프 라인도 베트남 상류층으로 파고들어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LF 헤지스는 해외 사업에서도 고급화, 현지화 두 가지 전략을 취해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헤지스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22% 성장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LF는 국내에서도 헤지스 ‘아이코닉 시리즈’가 꾸준히 인기를 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이코닉 시리즈는 ‘프레피 룩’이 특징으로, 카라 티셔츠와 셔츠, 케이블 니트 등 30여 종이 출시됐다. 밝은 색감과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다. LF에 따르면 지난 24년간 헤지스가 선보인 아이코닉 시리즈 온·오프라인 누적 판매 수량은 약 270만 장에 달한다. 그중 가장 인기가 높은 라인은 ‘카라 티셔츠’로,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구매고객도 2030대(33%), 40대(33%), 50대(30%) 등 골고루 분포돼 전 세대를 아우른다.
이에 LF는 헤지스의 리브랜딩 전략으로, ‘로잉’을 택했다. 헤지스의 브랜드 정통성을 강조하면서도 초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에 LF는 ‘헤지스 로잉 클럽’ 팝업스토어, 컬렉션 등 마케팅도 동시다발로 펼치고 있다. 신사적인 스포츠맨십과 클래식함을 디자인에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LF는 또 지난해 12월 헤지스 온라인몰 ‘헤지스닷컴’도 리뉴얼했다. 헤지스 브랜드 정통성을 콘텐츠로 전달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페이지별 방문객 목적에 맞도록 ‘UI(User Interface)’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개선했다. 헤지스 상품기획자(MD)가 추천하는 주간 이슈 상품을 선보이는 ‘HAZZYS PICK’과 헤지스 마케팅을 한곳에 볼 수 있는 ‘WITH HAZZYS’ 등도 개설했다. 그간 분산됐던 기획전, 이벤트 페이지도 통합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최근에는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게 유럽에서 재배되는 프리미엄 ‘아마(flax)’ 섬유를 적용했다. 헤지스의 친환경 ‘린넨’이 그 주인공으로, 친환경 농업으로 재배된 섬유를 원사로 사용했다. 여름용 아우터, 셔츠, 7부 티셔츠, 원피스 등을 선보였다. ‘유러피안 플랙스(European Flax)’ 인증도 받았다. 헤지스는 또 지난 3월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출시한 ‘해피퍼피 도네이션 티셔츠’ 판매 수익금 2000만원을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쓰인다.
LF는 “헤지스는 영국의 문화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 브랜드”라며 “국내외 고객 모두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스토리를 모두 갖춘 점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이어 “헤지스는 변하지 않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패션뿐 아니라 레저, 문화, 여가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재해석하고 있다”라며 “브리티시 클래식을 기반으로 유럽의 문화적 감성과 K패션 스타일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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