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이 6조1287억원으로, 7조7471억원을 기록한 작년 1분기보다 29.9% 줄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급락한 배터리 광물 가격 하락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은 광물 가격에 따라 변하도록 완성차·배터리 기업이 계약을 맺는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광물을 구매해 제품을 만들었더니, 최종 판매 시점에서는 싼 가격에 공급해야 하는 래깅효과가 발생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는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보유재고 처리가 원활하지 않으며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회복이 선제 조건이다. '성장통'이라곤 하지만 반등 시점을 쉽게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우려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예정한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에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지 않았다. "북미 신설 등 필수 투자는 하되, 선택과 집중한다"는 원칙만 세웠다.
지역별 전망은 '북미는 기대, 중국은 불안, 유럽은 당장 어렵다'로 요약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최대 고객사는 GM이다. GM은 지난 1분기 예정된 쉐보레 실버라도EV, GMC 시에라EV 등 신형 전기차 출시 일정을 줄줄이 미뤘다. GM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기존 전기차 계획 유지를 선언했다. GM 신차 출시가 정상화하면 LG에너지솔루션 실적 개선 효과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 북미 시장도 불안 요소는 적지 않다. 전기차 확대를 약속한 조 바이든 정부도 오는 11월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정책을 후퇴시키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광물가격 래깅효과 종료와 신차 출시 확대로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미국 대선의 대변화가 남아 있어 물량 변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은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에 달렸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BYD 등 현지 기업과 경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개발을 취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저가형 전기차 '모델2'를 내년초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려가 다소 줄어들고 있다.
유럽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불황과 판매부진으로 작년 4분기부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크게 줄여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재욱 자동차전지기획관리담당(상무)은 "폴란드 공장은 유휴 라인을 다른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EV) 대신 하이브리드(HEV·PHEV)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하이브리드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전기차에 비해 4배에서 10배 적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이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ESS(에너지저장장치)다. 내연기관이라는 대안이 있는 전기차와 달리, ESS는 대체재가 없다. 각국 에너지 전환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리면 급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부사장은 "2026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에서 LFP 기반 ESS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ESS는 포텐셜이 높은 만큼 적극 확대하겠다"고 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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