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지난해 매출이 2조9124억원으로, 전년(2조8732억원) 대비 1.4% 올랐다. 매출 신장률만 보면 2022년 21.9%에 달했던 것에 비해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오리온의 글로벌 사업 영향 때문이다. 특히 오리온의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급감해 발목이 잡혔다.
베트남은 지난해 매출이 4755억원으로, 전년(4729억원)보다 0.5% 오르는 등 역성장은 피했다. 오리온은 이들 국가 외에도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그중 오리온이 글로벌 역점 시장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인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05억원으로, 전년보다 50.4% 뛰었다. 하지만, 인도법인 영업이익은 –157억원을 기록하는 등 2020년부터 4년째 내리 적자를 냈다.
오리온은 “인도는 제조업 특성에 따른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비와 채널 확대를 위한 시장비용 등이 반영돼 손실이 나고 있다”라며 “판매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이른 시일 손익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오리온 국내 매출은 두 자릿수…마이구미 때아닌 신드롬?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 사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저출산 여파로 국내 제과시장이 주춤했음에도, 처음으로 매출 1조를 달성한 것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 매출이 1조700억원으로, 전년(9391억원) 대비 13.9% 성장했다. 닥터유, 마켓오네이처 등 브랜드가 흥행하면서 오리온의 사업 카테고리가 다양해진 결과다. 특히 포카칩, 마이구미 등 오리온의 정통 브랜드도 실적을 견인했다. 이에 지난해 오리온 국내 사업은 파이, 스낵, 비스킷, 껌, 젤리, 초콜릿, 간편식 등 전 분야에서 골고루 성장했다.이는 오리온 전체 사업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에서 나비효과가 됐다. 오리온 전체 매출에서 파이, 스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그 자리를 껌, 젤리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오리온 사업 카테고리별 성장률에서 파이, 스낵은 3%대 하락했다. 반면 껌, 젤리, 캔디는 32%나 상승했다. 매출 성장률만 비교하면 오리온 정통 사업인 파이, 스낵보다 껌, 젤리, 캔디가 10배 이상 오르는 것이다. 일등공신은 오리온 젤리 스테디셀러 제품인 마이구미다.
마이구미는 1992년 출시돼 오리온 대표 젤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포도, 자두, 리찌, 키위 4종으로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궈즈궈즈(果滋果姿)’과 ‘궈즈궈신’(果滋果心)’이라는 이름으로 총 8종으로 출시됐다. 외에도 베트남에서는 ‘붐젤리’(Boom Jelly)’ 4종, 러시아에서 ‘젤리보이(JellyBoy)’ 5종으로 진열대에 올렸다. 국내외 포함 마이구미는 총 25종으로 시판되고 있다.
마이구미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전년보다 56% 성장하는 등 단일 매출 13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 MZ세대에서 마이구미가 인기를 끌면서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64%, 한국에서 26%, 베트남에서 10% 성장해 오리온 젤리 매출을 견인했다. 과일을 먹는 듯한 새콤달콤한 맛이 해외 MZ세대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오리온도 국가별 특성에 맞게 마이구미를 현지화했다. 중국은 천연 과즙 성분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베트남은 유소년 인구가 많은 만큼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제조시설을 보강했다. 오리온은 이처럼 마이구미 원료, 맛, 식감, 모양을 계속해서 바꾸는 등 개발 과정에 공들였다. 이에 마이구미는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서 초코파이, 포카칩, 고래밥에 이은 오리온 9번째 메가 브랜드가 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일부 주춤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7%대를 유지해 492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기업 영업이익률이 평균 10%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오리온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원료 공급선 다변화, 글로벌 통합구매 등의 전략으로 원가 부담을 낮췄다고 한다.
오리온은 “올해도 제품력 강화, 법인별 시장 상황에 따른 영업전략을 설계하겠다”라며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식품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바이오 사업도 착실히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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