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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월)

[르포] 직격탄 맞은 다세대·연립, 대출금 못 갚아 법원行…왜?

기사입력 : 2024-04-15 00:00

(최종수정 2024-04-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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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거래량 지난해 대비 22%하락
법원임의경매 월 평균건수는 지난해 68.2건에서 올해 96건

▲ 서울 강북구 수유동 빌라촌, 사진= 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서울 강북구 수유동 빌라촌, 사진= 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다세대주택은 상품성이 많이 떨어져요. 하지만 물건은 점점 많아지고 있죠. 최근 금천구·중랑구·강북구 등 서울 외곽에서 전세사기가 있었다는 말도 들려오면서, 올해 빌라 매매건수는 고작 2건이에요.”

서민층의 보금자리면서, 주거사다리 역할을 담당하던 빌라가 최근 불신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추락하고 있다. 아파트보다도 좋다고 평가받은 평형 및 품질과 함께 시세도 낮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신축빌라도 전세사기 대상지로 꼽히면서 꼬꾸라졌다.

다세대주택과 관련한 전반적인 불신은 2022년 ‘빌라왕 사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후폭풍이다. 서울 강서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과 수도원 지역에서 문젯거리로 남아있다.

지난 9일 기자가 방문한 강북구 수유동 일대는 골목상권이 살아있는 지역답게 상인들과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수유시장을 지나 골목에 들어서자, 인적이 드문 빌라촌이 나타났다. 최근 이곳 일대는 매물은 많지만, 거래 성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곳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수유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성사된 거래는 고작 2건, 특히 이 동네 다세대·연립주택 평균시세가 20~30%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문의조차 없다”며 “이에 상황이 곤란한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이 동네서 인기 많던 전세도 가격을 엄청나게 낮춰야지 성사가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동네가 적막한 분위기가 된 것으로는 정부의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 중개사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기준 강화로 인해 다세대·연립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HUG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췄다. 여기에 빌라 공시가격까지 떨어진 상황까지 왔다.

공인중개사는 “지역 상황에 맞지 않은 정책으로 집주인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 동네 빌라 주인들은 대부분 어르신이다. 이에 역전세 상황이 닥쳐오면, 세입자에게 보증금 반환도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다세대·연립주택 임의경매(서울지방법원)는 192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96건의 임의경매가 이뤄진 셈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 월평균(68.2건) 대비 40.8% 늘었고, 2022년 서울 월평균(55.6건)의 두 배에 가깝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때 부동산에 걸린 저당권, 전세권 등 담보권을 행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매를 의미한다. 임의경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집주인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빌라가 밀집한 강서구의 임의경매 건수는 2023년 140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경매 건수를 기록했다.

같은 날 기자가 방문한 강서구 화곡동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한산했다.

강서구 화곡동 H공인중개사 대표는 “사실상 다세대·연립주택이 이렇게 취급받은 것은 전세사기를 치는 나쁜 놈들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심지어 최근 화곡동 내 중개사들도 빌라·다가구 전세물건은 안 받으려고 한다. 우리 중개소는 소개는 해줄 수 있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나니까 말할 수 있다. 현재 화곡동은 부동산시장은 망가졌다”며 “다만, 전세사기 이슈로 강서구 빌라가 저평가 받을 시기 때야말로 젊은 친구가 집을 구하기 좋은 상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사진= 주현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사진= 주현태 기자


그는 강서구에 경매 물건이 많은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물건 ▲전세사기로 전세·매매가 이뤄지지 못해 늘어나는 부채 등을 설명했다.

대표는 “전세사기는 합법과 불법 사이의 빈틈을 노리기 때문에, 한번 전세사기 당하면 입증해 내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마비가 될지 몰랐다. 아무생각 없이 무자본으로 임대사업했던 사람도 지금은 결국 사기꾼으로 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관악·구로·양천, 경기 군포·부천·안양,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걸쳐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150채를 보유한 30대 남성은 최근 전세사기와 관련해 민사상 사기죄에 성립된다는 결과물을 받아드렸다. 그는 무자본 갭투자로 150채 집을 사드렸고,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 민사소송을 완료했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며 “처음부터 계획된 전형적인 전세사기꾼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피의자은 “임대사업을 진행했던 것은 맞다. 분명한건 임차인 몇 명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화가 날 수 있지만, 애초부터 사기 칠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며 재산을 은닉한 것도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일부만 못 돌려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입자·중개사무소는 물론 경매시장까지 파생되고 있는 ‘빌라 공포증’ 현상은 결국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수유동 부동산에서 마주친 한 중년신사는 “전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렸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크게 내리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다”라며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했다면,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서로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정권이 달라지면 꼭 공시가격을 만지작거려 선의의 피해자를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전세사기를 계획한 사람은 나쁘지만,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정해놓지 않았던 정부의 탓도 명확하게 있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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