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전방사업인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은 8조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 가운데 미국 IRA 세액공제 금액(2501억원)을 제외하면 88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에 불과하다.
올해도 최소 상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지난해 40~50% 중반대 성장세를 이어갔던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올해 20~30%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우려만큼 나쁘진 않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20%대 플러스 성장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배터리 판매 가격 하락이다.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과 원재료 값 하락 등 영향으로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재료 값이 떨어지면 배터리 회사는 좋을 것 같지만 당장 보유재고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GM 등 완성차 회사들이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전기차 출시를 미루면서 배터리 재고는 쌓이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정재욱 LG에너지솔루션 기획관리담당은 "올해 2분기까지 판매 가격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문제도 배터리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내 배터리의 주요 수입원인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도 작년말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 규정을 추가 발표했다. 중국 기업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사에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광물을 조달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부품은 올해부터, 핵심광물 규제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 CFO는 "미국 대선은 일시적 영향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필요성과 전기차 확산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CSO(최고전략책임자, 전무)는 "미국내 정책 변화는 잘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인도네시아·칠레 등에서 IRA 핵심광물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시설투자에 작년과 비슷한 10조9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자금은 주로 북미 신증설 투자에 투입된다. 올해 새롭게 가동될 신공장은 GM과 미국 합작2공장(1분기),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상반기) 등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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