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올해 첫 연간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매출도 역대 최대로 이젠 이커머스를 넘어 전통 유통강자인 이마트, 롯데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반면 다른 이커머스들은 몸을 사린 탓에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SSG닷컴과 G마켓은 물류와 배송 효율화 작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고, 올 초 IPO를 철회한 컬리와 오아시스 역시 수익성 강화에 집중했다.
◆쿠팡, ‘계획된 적자’→‘연간 흑자’ 바라본다
한 때 ‘계획된 적자’를 내세우며 업계 우려를 샀던 쿠팡은 올해 첫 연간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은 올해도 꾸준히 이익을 쌓았고, 5개 분기 연속 이익을 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규모는 4448억원(3억4190만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88억원 영업손실(1억9542만달러)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에 크게 성공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승장구하는 쿠팡이기에 차세대 유통업계 리더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예전만큼 고성장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이 최근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련 제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도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플랫폼 내에서 소상공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여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며 “독점력의 남용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격적인 행보도 경계해야 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올해 국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모바일앱으로 꼽힌다. 아울러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을 넘어선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서면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예상된다.
◆ SSG닷컴·G마켓·컬리…올해는 숨 고르기
SSG닷컴은 올 한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를 줄여왔는데, 올 상반기 기준 SSG닷컴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 올 3분기 영업손실은 307억원으로, 직전분기 183억보다 124억 가량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76억원 늘었다. 하반기부터 성장과 수익의 균형을 이루는 ‘균형성장(Balanced Growth)’ 전략을 이어가면서 손실은 늘었지만 거래액은 성장했다. SSG닷컴은 올 상반기 총 거래액(GMV)이 7% 감소했는데, 올해 3분기에는 19% 증가했다.
올해 숨 고르는 데 집중한 SSG닷컴인 만큼 IPO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이르면 내년 3~4월 IPO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주간사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인영 대표가 최근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IPO 재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업계 유일의 ‘흑자기업’이었던 G마켓은 신세계와의 통합작업과 개빌 안력 충원으로 지난해부터 적자를 냈다. 그런 탓에 올 한해는 적자 폭을 축소하는데 주력했다. G마켓은 올해 1분기에 –95억원, 2분기 –113억원, 3분기에는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 중심의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적자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 줄였다. 그동안 G마켓은 세분화한 타깃층 대상으로 잦은 행사를 진행했는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이를 과감히 줄였다. 할인 행사 수는 줄이고 고객이 더 큰 혜택을 받는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행사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 기대하는 G마켓은 내년부터 신세계와 시너지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 해소’가 최우선 과제였던 컬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1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836억원)보다 35.5% 줄였다. 마케팅비와 물류, 배송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3분기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고, 운반비와 포장비도 크게 감소했다.
여전히 적자규모는 크지만 외형 성장도 이뤄냈다. 올해 3분기엔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냈다. 3분기 매출 52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5463억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다만 올 초 IPO를 철회하고 다시 재추진 시기를 보고 있는 만큼 컬리의 흑자전환은 시급한 상황이다.
◆ 큐텐의 이커머스 쇼핑, 11번가의 향방
큐텐은 지난해부터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위메프까지 3개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 10% 가량을 차지하며 업계4위에 올라섰다. 지난 10월, 11번가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지만 가치 평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큐텐이 공격적으로 이커머스 쇼핑에 나서는 데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3위 사업자를 차지하게 되는데, IPO 시장에선 모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자회사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큐텐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거란 의견이 많다. 큐텐은 ‘티·메·파크’ 인수 뒤 이들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투자보다는 계열사 간 유기적 결합을 강화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과 별개로 국내 시장을 위협할만 상대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11번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9월을 목표로 한 IPO는 애당초 물 건너갔고, 큐텐과 협상도 결렬됐다. 이후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강제매각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주도권을 쥐게 된 FI(재무적투자자)는 현재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1번가의 새 주인으로 아마존, 알리바바, 큐텐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한국시장에 큰 관심이 없고, 알리바바 역시 한국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는 등 직접 움직이고 있는 만큼 11번가 인수에 대한 니즈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큐텐이 다시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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