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투자와 고금리로 인한 고정비 증가는 자연스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올해 1분기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2분기엔 적자폭이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점포 재단장과 광고 등에 공을 들였지만 실적 개선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롯데마트는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롯데슈퍼와 통합소싱을 통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슈퍼와 상품 통합 소싱작업을 본격화했다. 중복된 협력사가 많은 양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발주·상품 관리·데이터 분석 등 상품 코드 통합 작업도 진행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렸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롯데마트 매출은 1조44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91.8%나 늘었다. 2분기 매출액은 1조 4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30억원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롯데마트는 사업부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는 통합작업의 첫 번째 단계로 올해 3월 통합 자체 브랜드(PB) ‘오늘 좋은’을 내놓고, 일상용품과 디저트, 건강기능식품 등 나뉘어 있던 기존 PB브랜드를 모두 통합했다. 롯데 유통군이 수립한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 실현에 다가가기 위한 내딛은 첫발이었다.
특히 롯데마트와 슈퍼가 공동으로 기획한 물가안정 공동구매 프로젝트 ‘온리원딜’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자랑했다. 양사가 사전 물량을 기획해 공동으로 대량 매입을 진행함으로써 상품의 가격을 최대 50% 낮추는 효과를 봤다.
◆ 업계 1위 이마트, 자존심 구긴 30주년
올해 30주년을 맞은 업계 1위 이마트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는 물론 주요 점포 매각과 폐점, 지마켓 인수, 고금리 등 영향으로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까지 처하면서 대형마트 업계 맏형으로서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다.
이마트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4조10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9.8% 감소한 643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이와 관련해 연수점과 킨텍스점의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로 인한 매출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며 향후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더 악화했다.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한 3조933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은 67억원 늘어난 258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는 성수점 영업종료와 전기료 상승 등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뒤 2021년을 제외하고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3분기에 들어서면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1102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2.2% 감소한 4조4386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이는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고자 전개한 물가 안정기여 연중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와 고객 스타일을 반영한 점포 리뉴얼, 비용 효율화 등에 따른 효과였다.
하지만 올 한해 이마트의 부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연결기준 매출로는 3개 분기 연속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게 추월당한 점 역시 유통업계 전통강자로서는 쓰라린 기록이다. 업계에서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라고 불리던 유통업계 판도가 ‘쿠이마롯’으로 재편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 속 새롭게 수장을 맡게 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그동안의 실패를 인정하고, 본업의 충실할 것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실패의 경험 또한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하자”며 “신임 대표이사로서 미래 성장을 이루는 혁신적 이마트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새해부터 신규 점포 출점 등을 꾀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홈플러스, 어려움 속 리뉴얼·TV광고 공격적 행보
홈플러스는 올 한해 공격적으로 점포 리뉴얼과 광고를 단행했다.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 셈인데, 수익성 개선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홈플러스는 주요 오프라인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하며 그로서리 상품군 MD강화,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집객력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 10월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 매장의 1년간 식품 매출은 최대 95%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 매는 통상의 기업들과 달리 오히려 지속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배우 여진구를 모델로 내세워 TV광고를 전개한 점도 눈에 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1시간 즉시배송’ 고도화에도 나섰다. ‘1시간 즉시배송’은 2021년 2월 론칭 이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1% 뛴 데 이어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장보기 속도 개선과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 등에 힘을 줬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월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부진한 영업실적이 지속되고 있고, 재무부담 과중 및 중·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점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26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7% 적자폭이 확대됐다. 올해 5월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104.6%, 차입금의존도 59.4%로 재무부담도 확대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투자→매출 증가→이익 증가→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를 추진해온 효과가 올해 상반기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대형마트 업계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소비 침체 속에서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의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형마트의) 업황 저하가 지속됐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형마트 산업에 불리한 가계 소비행태 고착화, 다변화된 유통채널로 가계 소비패턴을 반전하긴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