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로 풀이되지만, 이는 바로 금리인하와 동의어는 아니다.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다.
현재 한국(3.5%)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2.00%p 차이다.
미국이 내년 금리 인하 시동을 걸면, 한국은 자금 썰물에 대한 우려를 줄여 운신의 폭은 다소 나아질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내년 2024년 말 금리 전망치는 중간값 기준 4.6%다. 내년도 금리 인하폭을 세 차례, 즉 75bp(=0.75%p)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그간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리 정점에 거의 도달"했고,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FOMC 연준은 정책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강한 신호를 제시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순조롭게 둔화될 경우 금리인하 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으며, 이르면 내년 3월 첫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시권으로 부담 요인인 대외 변수 하나를 덜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내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가계부채 등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금리 조정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최근 올해 11월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통방문에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통화긴축 기조에 무게를 둔 금통위원 의견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의 지속성,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남아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의 경우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등을 함께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기는 했지만 시점 면에서 가변성이 존재하는 만큼, 한은도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편이다.
다가오는 한은 금통위는 새해 2024년 1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는 내려갈 길을 살피는 중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물가 상승 속도라면 내년 2분기 인하를 위한 조건이 충족될 전망이며, 이보다 인하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느냐는 고용이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및 내년 금리인하 폭이 확대된 것은 맞지만 금리인하 시점은 여전히 모호하다"며 "미국 국채금리는 연준 전망치에 비해 다소 급격하게 하락했는데, 타이트한 고용 등 고변동성 유발 요인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연준의 영향으로 이날 한국 금융시장에서 주식, 원화, 채권은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52포인트(1.34%) 오른 2544.18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11.28포인트(1.36%) 오른 840.59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5원 뚝 떨어지면서 1295.4원에 마감, 원화 강세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0.7bp(1bp=0.01%p) 하락한 연 3.258%, 국고채 10년물은 19.3bp 떨어진 연 3.332%에 마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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