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액 주주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온 상황에 현대엘리베이터가 대폭 이를 수용한 만큼 이번 입장문에 어떤 내용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자진 사임하는 안을 내놨다.
아울러 향후 ▲당기순이익(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경상적 이익) 50% 이상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취득 ▲일회성 이익 일정 비율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취득‧소각 ▲최저 배당금 500원 설정 등을 실시해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단 뜻도 밝혔다.
KCGI자산운용이 지난 8월부터 꾸준히 낸 ‘현대엘리베이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소정의 성과로 반영된 셈이다.
그동안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지분 약 3%를 확보하고 우호 지분을 넓혀 현 회장 사내이사 사임 등 합리적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해왔다. 최대 주주로서 그룹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으며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단 지적이었다.
우선은 그간 요구해왔던 내용이 대폭 반영됐기에 긍정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자사주 소각’ 등에 관해선 구체적 계획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에만 그치고 소각하지 않을 시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자사주 소각 등 소액 주주 보호장치가 잘 작동되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 다수는 국내 주식이 다른 나라 주식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에 대한 이유를 ‘낮은 주주환원율’에서 찾는다.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이 올해 5월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29%에 그친다. 미국이 92%,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이 68%, 중국이 32%인 점에 비하면 확연히 낮다는 게 확인된다. 신흥국 주주환원율마저 37%다.
작년엔 이 수치가 더 악화했다.
세계적인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FactSet‧대표 필 스노)에 의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 기업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6.7%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에 속하는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은 84.3%로, 3배 이상 더 높다. 일본의 닛케이 25 지수에 속하는 기업들 주주환원율은 108.5%로 100%를 넘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49.6%로 코스피 주주환원율을 웃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시행 기업 비중이 각각 4.2%, 22.5%로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S&P 500과 닛케이 25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비중은 52.2%, 39.0였고 배당 비중은 32.1%, 69.5%였다.
미국의 경우엔 지난 20년간 전체 주식 수를 20% 이상 줄이는 등 ‘자사주 소각’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혀 있다.
낮은 주주환원율은 곧 주가 상승률로 이어진다.
주가 상승률은 ‘명목 경제성장률 + 기업 순이익률 개선 + 주주환원 + 주가수익비율(PER‧Price-Earning Ratio)’ 함수로 알 수 있는데, 자사주 소각 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선 주주환원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주식 수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 증자나 신규상장 등을 통해 주식이 계속 발행되면 그 가치가 기존보다 훼손되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가 2월 발표한 주가지수 수익률 분해 자료를 보면 미국과 일본은 발행 주식 수가 –0.9%, -1.4%이지만, 한국은 +3.8%다.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미국과 일본이 12.6%, 8.2%이지만, 한국은 3.7%에 불과하다.
명목 경제성장률에 해당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에서 한국(+4.5%)이 일본(1.1%)보다 앞서감에도 주가 상승률은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to Book-value Ratio)은 작년 평균 1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4.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에선 4조6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회사가 한국에선 1조원으로밖에 거래되고 있지 못하단 의미다.
이러한 측면에서 KCGI자산운용이 주주환원율 개선을 위한 ‘자사주 소각’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의 이사회 사임과 주주환원 공시는 KCGI자산운용을 비롯해 소액 주주들이 계속 요구해온 사안이라 이에 대해선 좋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사주 소각’에 관한 구체적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요구는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KCGI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회사 설립 뒤 한진칼(대표 조원태‧류경표), 오스템임플란트(대표 엄태관) 등을 대상으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계속 펼쳐왔다. 한진칼 때는 쓸모없는 부동산을 팔아 1200% 넘는 한진칼 부채 비율을 300% 이내로 낮춰달라고 요구가 핵심이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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