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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럼프?” 美 투자 올인 배터리 3사 ‘노심초사’

기사입력 : 202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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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정책 폐기”엄포
최대 혜택 LG엔솔 부메랑 우려
“美기업 우대 정책…변화 없을것”

“또 트럼프?” 美 투자 올인 배터리 3사 ‘노심초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미국 특수를 누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 친환경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인데, 이게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개인 SNS와 연설 등을 통해 재선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UAW(전미자동차노조) 파업 현장을 찾아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은 일자리를 죽이는 정책"이라며 "미국 자동차 산업을 중국에 넘기며 항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정적 태도를 고수했다.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기후변화 위험성은 사기"라고 일축하며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밀어줬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크게 뒤쳐졌다고 평가된다.

미국 전기차 산업은 바이든 정부 이후 시동을 걸었다. 작년 8월 발효된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는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배터리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는 배터리 제조사가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배터리셀·모듈에 1kW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에 따른 직접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제도에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미국 완성차 GM과 합작해 만든 현지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 얼티엄셀즈를 2022년부터 본격 가동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까지 받은 세액공제 금액은 올해 1분기 1003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1109억원, 3분기 2155억원 등 총 4200억원이 넘는다. 이 기간 회사는 1조7144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의 25% 가량을 IRA 시행을 통해 벌어들인 셈이다.

SK온도 지난해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수령한 금액은 올 2분기 1670억원(1분기분 소급 적용), 3분기 2099억원이다. 이에 힘입어 SK온은 3분기 영업손실이 861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적은 적자를 기록했다. IRA 혜택이 없었으면 여전히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로 어려움이 커졌을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IRA 혜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 전기차 사업 비중을 높이려는 완성차 기업들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 가운데 중국 배터리는 사실상 미국 진출이 막혀있고, 일본은 테슬라 등 신생 기업이 주력으로 삼는 원통형 배터리를 만든다. 파우치·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만들어온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당장 국내 3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전략적 동맹이 성사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스텔란티스·혼다와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 합작 공장과 토요타에 배터리 공급을 위한 리안증설을 선언했다.

특히 토요타와는 10년 장기 공급 계약으로 규모가 20조~3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으로 추정된다.

SK온은 지난해 7월 포드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출범을 알렸다. 양사가 각각 5조1000억원씩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3개 공장을 만들 예정이다.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과도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가동할 포드 3개 공장과 현대차그룹 공장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164GWh. 현재 가동중인 SK온 조지아 자체공장(22GWh)와 비교하면 7.5배 크다.

현재 미국 공장이 없는 삼성SDI도 첫 미국 생산 기지를 짓는다.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미국 1공장 설립을 합의한 데 이어 올해 2공장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33GWh 규모 1공장은 2025년 1분기, 35GWh 2공장은 2027년초 가동할 예정이다. 또 2026년 30GWh규모 GM과 합작공장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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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부터 3년간 IRA 세액공제 혜택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1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과 수율에 따른 예상 판매량, 합작공장 지분 비율 등을 고려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온에 환입될 IRA 세액공제 금액은 6조1000억원이다. 2025년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삼성SDI도 1조4000억원 규모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만 3사가 총 10조원이 넘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다.

문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백지화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말 뉴욕타임스가 네바다·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펜실베니아·위스콘신 등 6개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물었더니,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해당 주는 경합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기며 승리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 곳이기도 하다.

다만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바이든 전기차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결정된 기업들의 투자 철회와 이에 따른 소송 위험 등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게 타임 등 현지 언론 분석이다.

이밖에도 실질적 IRA 혜택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크게 누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시장 6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8%, 5%에 불과한 포드와 GM도 최근 전기차 라인업 확장을 앞당기고 있다.

바이든 IRA도 트럼프가 외치는 '아메리카 퍼스트'와 비슷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 40여종을 공개했는데 테슬라·GM·포드 등 모두 미국 기업 모델이었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의 경우 렌터카 등 B2B 판매에만 보조금을 받을 뿐 소비자용 모델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신공장 가동 시기를 2025년에서 2024년 10월경으로 최대한 앞당기려는 이유다.

국내 기업 외 대안이 없는 배터리기업도 세액공제 요건이 점점 까다로워진다. 2024~2025년부터 배터리 부품·핵심광물 조달 조건(미국 또는 미국과 FTA 국가, 우려기업 금지)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부품·소재 공급망 전환에도 힘을 쓰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시) 친환경 정책이 후퇴할 것을 대비해 단계별 시나리오는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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