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횡재세 관련 입장이 정해졌느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익을 얻었을 때 이익 초과분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고금리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날로 늘어나자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열린 ‘한국형 횡재세 도입-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 요구는 국민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의 최소한 사회적 비용, 고통 분담에 함께 해달라는 것”이라며 “구조화된 양극화가 심화해 공동체가 위협받는 만큼 횡재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은행에 일종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르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 초에도 고금리 기조로 서민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남겨 성과급·퇴직금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횡재세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감에서도 횡재세 관련 질의에 “고금리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나라마다 정책내용이 다른 것은 각 장단점이 있고 그 나라 특유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생각은 어려운 분들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여러가지를 고려해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끔 하겠다는 원칙 하에서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횡재세는 나라마다 하는 데도 있고 안 하는 데도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한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그 방법론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헝가리 등이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8월 1년간 은행 순이자수익의 40%를 횡재세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횡재세를 부과하면 재정 확보와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미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또 세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시장 교란이나 민간기업인 은행의 외국인 투자자 이탈 우려 등도 제기된다. 실제 이탈리아에서는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힌 뒤 은행주가 폭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나서 철회를 권고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횡재세 도입보다는 은행에 출연·기부금 등을 확대해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 연말까지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에는 서민금융 재원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다. 이와 관련해 서민금융상품에 출연하는 은행의 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장기간 지속돼 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며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등 금융사는 지난 2021년부터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서민금융법) 시행령’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0.1% 범위에서 출연요율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도 은행 부담 비율을 높일 수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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