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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종노릇” “갑질 많다”…잇단 저격에 은행권 한숨 [이자장사 다시 도마]

기사입력 : 2023-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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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독과점 방치해선 안돼”…‘공공재’ 발언 이어 작심 비판
은행권, 추가 상생금융 ‘긴장’…“수익 창출해야” 볼멘소리도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대통령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대통령실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이 올해 초 ‘은행 돈잔치’를 비판한 데 이어 최근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은행이 갑질을 많이 한다’는 발언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속 서민과 소상공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상반기 대규모로 발표한 상생금융 대책에 더해 추가적인 민생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게 될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에서 민생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은 기획부서에 있는 사람이 최고위직에 올라가지 일선에서 영업하는 사람을 간부로 최고위직에 잘 안 올려보내는데, 은행이 정부 기관처럼 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기업 대출에 비해서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인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 되겠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이런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고 이런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정부 정책자금, 특히 중소기업이나 서민, 청년들에게 가는 정책자금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이윤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자영업자의 발언을 전한 데 이어 은행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서민과 소상공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올해 초 ‘은행 돈 잔치’ 발언에 이어 정부가 또다시 본격적으로 은행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인해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한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과점 체제 해소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뒤 내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고 주주 배당 확대에만 몰두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총 36조9288억원으로 전년(30억3062억원) 대비 21.9%(6조6326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27조309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이자이익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8052억원)와 비교해 7.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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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서민·상생금융 확대 압박도 이어갔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상생금융 동참을 이끌어냈다. 당시 은행뿐 아니라 카드, 보험 등 금융권에서 잇달아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 지원, 채무감면 등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발표한 상생금융 대책은 총 1조1479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율 감면, 원금 상환 지원, 채무 감면 등 소비자가 받게 되는 혜택 규모를 합산한 규모다. 금융권에서 실제로 집행한 상생금융 실적은 지난 8월 기준 4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윤 대통령이 다시 은행권을 향한 작심 비판에 나서면서 상생금융을 더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에서 추가 상생금융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 검토에 돌입하는 등 은행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장기간 지속돼 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며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상품을 통합하고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연간 서민금융 정책자금을 당초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장 은행의 서민금융상품 출연 부담금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가계대출 잔액의 0.03%’인 서민금융 출연요율이 대폭 상향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간 은행들이 반발해 왔던 지역신용보증재단 법정출연요율 인상도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속되는 상생금융 주문에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구에 발맞춰 대규모 상생금융 대책을 내놨는데 또다시 추가적인 압박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당혹스럽다”며 “서민의 어려운 상황과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에 대한 개입이 너무 심해질 경우 우려되는 사항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충당금 적립 등으로 금융지주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데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을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다시 인하하면 가계대출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업계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에 따른 금리 인하가 시장 논리와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별개로 상생 금융을 목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 논리를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에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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