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영빌딩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부영빌딩과 맞닿아있는 서울시 공영주차장(서소문동 122외 4필지) 부지에 중구청이 11층 규모의 소공동 행정복합청사를 건축하기로 하면서, 바로 옆 공공보행통로까지 폐쇄하기로 통보했다.
상인들은 오랫동안 사용하던 공공보행통로가 폐쇄되면서 직접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인들은 일대 유동인구가 하루에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영빌딩과 인근 점포들은 외부에서 진입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판하나 걸 자리조차 없어지기 때문에 당장 생존권에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영빌딩 내 6000여명의 입주사 및 직원들도 동선의 불편함은 물론 자칫 재난 재해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도로를 폐쇄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면서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해당 부지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한 밀실 행정 아니냐. 상인들에게는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차라리 죽이고 공사해라’라는 현수막을 내붙일 정도로 도로 폐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상인은 “코로나도 간신히 버텼는데 중구청의 막무가내식 행정으로 손님이 다 끊기게 생겼다”면서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공사 트럭 한 대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측은 해당 보행로 부지를 모두 매입했고, 공사 중 위험할 수 있어 공사 기간에만 통행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구는 2026년 3월께 완공되면 보행로를 다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소공동 행정복합청사가 사업 시행자의 다른 개발 용적률 완화 조건에 따른 기부 채납으로 이뤄지다보니 시에서는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주민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기부체납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고, 주민설명회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길기영 서울 중구의회 의장은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이, 행정에도 주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주민 안전을 위해 폐쇄를 결정했다면 미리 소통과 합의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중구민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중구청이 오히려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은 용납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길 의장은 이어 “중구민들의 통행권, 보행권, 상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의회가 나서겠다”며 “소통 없는 행정집행을 바로 잡아드린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공보행통로 폐쇄는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통로의 사용 등을 판단했을 때 상인들과의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시의회와 중구의회 일부 의원들은 8일 오후 해당 지역 상인들을 찾아 소통을 나눌 예정이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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