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5000억원 펀드 조성하며 인수 시동 본격화
11번가 "IPO 추진 입장 변함 없어"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큐텐이 11번가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그간 기업 가치와 거래 방식 등에 입장 차를 보인 큐텐과 11번가가 조율에 극적 성공하면서다. 큐텐이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1번가 측은 IPO(기업공개)의지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11번가 인수를 위해 자본시장에서 약 5000억원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그간 현금 없이 지분스왑(교환)을 통한 인수를 고수한 큐텐이 일부 현금을 투입하는 새로운 거래구조를 제안한 것이다. 앞서 큐텐은 지난 7월 11번가 인수에 나섰지만 당시 SK스퀘어와 거래 방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됐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중앙회,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 기한 내에 상장 하지 못하면서 최대주주 SK스퀘어가 매각에 나섰다. 이때 알리바바, 아마존, 큐텐 등 여러 해외 이커머스가 유력 인수 업체로 거론됐다.
그 중에서도 큐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큐텐은 앞서 지분스왑 방식을 고집해왔는데 최근 기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해야하는 SK스퀘어의 상황을 고려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유력 인수 업체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큐텐은 왜 11번가 인수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것일까. 업계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큐텐의 물밑작업이라 보고 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3위 사업자를 차지하게 된다.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셈인데, IPO시장에선 모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자회사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티몬(2.53%), 위메프 (1.6%), 인터파크커머스 (0.47%)를 합한 점유율은 4.6%다. 1위 네이버쇼핑(24.5%), 2위 쿠팡(23.3%) 3위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지마켓(G마켓+옥션+쓱닷컴)(10.1%), 4위 11번가(7.0%) 순으로,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한다면 11.6%로 신세계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오른다.
큐텐은 ‘티·메·파크’ 인수 뒤 이들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계열사 간 유기적 결합을 강화해 큐텐의 글로벌 커머스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 업계는 큐텐의 이 같은 운영 방식에서 인수의 이유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외형 확대를 통한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다. 바로 나스닥 상장이다.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가 큐텐의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소재 물류회사로, 2019년부터는 아마존, 이베이재팬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물류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번가의 IPO의지는 변함없다.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IPO 추진을 포기할 순 없어서다. 11번가 관계자는 “IPO를 성공시키겠다라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11번가가 제대로 평가 받는 시기가 온다면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현재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확정된 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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