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PF대출 보증규모를 10조원 늘리고, 대출한도 및 심사기준을 완화함으로써 돈맥경화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숨통을 트여줬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 PF대출 완화해 당장 급한 불 껐지만…누란지세 금융시장에 부담 전이 우려
이번 부동산대책의 핵심 내용은 정상 사업장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적 보증기관(HUG․주금공)의 보증규모를 확대하고 심사기준 등을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사업비 규모가 큰 건설 공사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분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를 메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분양 경기가 좋지 않다면 PF부실 우려도 커지는 셈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금융업권 중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건전성 리스크 관리 우선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브릿지론을 필두로 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중 상당 부분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연장 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건전성 지표 상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착시 효과가 일부 반영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NICE)는 2023년 9월 ‘국내·외 부동산금융 확대의 그늘’ 리포트에서 25개 증권사 대상 분석 결과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지연됨에 따라 앞서 투자한 익스포저가 여전히 회수되지 않고 있다”며 “2023년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증권사 국내 PF 사업장 익스포저 5조2000억원 중 약 73%(브릿지론 약 80%, 본PF 약 56%)가 만기연장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제시했다.
나신평은 “브릿지론 대부분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연장 되었으며, 나머지 사업장 익스포저 역시 차주 변경이나 외부 매각 등을 통해 상환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본PF의 경우 정상적인 분양대금 유입을 통해 회수한 사업장도 있으나, 미분양 담보대출 혹은 상각 처리로 해소된 사업장 역시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브릿지론 만기는 2023년과 2024년에, 본PF의 만기는 2024년과 2025년에 집중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본PF와 브릿지론 상당 부분이 2021~2023년 계약한 사업장으로 브릿지론(1~3년), 본 PF(3년 이상)의 계약기간이 몰린 구간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실제 만기는 만기연장 여부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이러한 만기연장 방식이 부동산 익스포저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나,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연장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
익명을 희망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건설산업의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PF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는 것은 ‘일단 짓고 나서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이라며, “공급이 부족하니 수치로나마 공급을 늘리려는 시도로 해석되는데, 실제 건설사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은형닫기이은형기사 모아보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PF대출 보증 확대와 심사기준 완화 등은 단순히 시기적으로 주택시장이 꺾여 문제가 된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부실 사업장까지 무차별하게 지원하면 향후 부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또한 “PF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며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 줄지 않는 악성 미분양, 기본형건축비 오르며 분양시장 압박 요인으로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6만1811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6만3087호보다 2% 줄어든 수치인 동시에, 연초 7만호를 넘나들 때보다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9392호로 전월(9041호) 대비 3.9%(351호)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올해 2월 9천호 단위에 진입한 뒤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분양가 산정의 핵심 지표인 ‘기본형 건축비’ 역시 작년 세 차례, 올해 세 차례 등 2년간 6차례나 오르면서 분양시장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01.1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8월에는 53.9대 1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최근 분양에 나선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평균 14.02대 1, ‘호반써밋 개봉’은 평균 25.2대 1로 더욱 경쟁률이 줄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장 안전이나 부실공사 이슈 등에서도 자유로워지려면 충분한 공사기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가 오르고, 그러면 분양 흥행이 안 된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이번 대책에 꾸준히 오르고 있는 시멘트가격 등 원자재값 대란에 대한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설현장 인력난 문제 역시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늘려 대응하겠다는 내용만 짧게 포함됐을 뿐, 내국인 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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