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장재훈 사장, 이동석 부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정 회장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면, 이와 관련한 업무를 장 사장이 이끈다. 이동석 부사장은 국내 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 공장 운영을 통해 사업을 지원한다.
이 부사장에게 부여된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매년 돌아오는 임·단협 협상을 포함해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임직원 임금과 국내공장 생산일정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 부사장 이전엔 하언태 전 사장이 국내생산담당을, 노무관리는 윤여철 전 부회장이 각각 맡는 형태로 운영됐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도 노조 협상 결과에 의해 좌우되는 전통적 생산 업무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마지막까지 인사 교체를 주저했던 분야가 노무관리다. 이를 전담했던 인물이 윤 전 부회장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 노무를 책임졌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대에서 임명된 마지막 부회장으로, 2022년 인사에서 비로소 물러났다.
이동석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국내생산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 ‘노조 리스크’가 최근 들어 가장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중순 17차 임단협 교섭 끝에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을 획득했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역대 최고인 89%에 달했다. 60~70%대였던 과거를 크게 뛰어 넘었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사측과 교섭 결렬을 이유로 5년 만에 파업을 하게 된다. 지난 7월 발생한 현대차 부분 파업은 상위 단체인 금속노조가 정권 퇴진을 이유로 벌인 총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수당 10만8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300%+550만원 등에 합의했다. 기본급 인상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현대차 노조가 급격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매출 80조284억원, 영업이익 7조8306억원으로 신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이 부사장 입장에서는 현재 실적과 회사의 미래 경영 상황에 맞는 임금 인상안을 찾아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현대차는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조심이 여전히 심상치 않다. 언제든 자동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있다. 일단 사측은 올해 협상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부사장 입장에서는 한가지 더 부담이 있다. 과거와 달리 기존 조합원 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 요구에도 부합하는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임금협상에서 전년도 호실적에도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기본급을 동결시키고 성과금을 줄였다. 그러자 MZ세대를 중심으로 불만이 가중되자, 정의선 회장은 “직원들 눈높이에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재훈 사장도 “성과금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50세 이상 조합원들이 주로 요구하고 있는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이 부사장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필요하다. 당장 이 부사장은 추석 이전 타결을 위해 노조에 요청해 협상을 재개한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상반기 반도체 수급난,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8만∼9만대 수준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며 “우리를 향한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불식시키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가자”고 밝혔다. 올해 처음 노사 협상에 나서는 이동석 부사장이 어떤 데뷔 무대를 치를 지 주목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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