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리가 더 잘 알아” 네이버, 초거대 AI로 구글·MS와 정면승부

[한국금융신문 이주은 기자] 오픈AI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불러온 생성형 AI 열풍에 네이버(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가 가세한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과 이를 백본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서비스로 자사 서비스를 고도화함과 동시에 네이버 AI 생태계 저변 확대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네이버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DAN) 23’을 개최하고 네이버 플랫폼 파트너들 초청, 그간 사활을 걸었던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버전으로, 오픈AI의 챗GPT-3.5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기술적 노하우를 이유로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창작자와 사업자, 판매자, 광고주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이퍼클로바X”라며 “기술력과 한국에 대한 너른 이해, 단단한 지반이 돼 주는 인프라로 생성형 AI 시대에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백본으로 하는 생성형 AI 로드맵을 바탕으로 하반기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판매자와 광고주, 기업 등 B2B 시장 공략을 위한 서비스 9종과 사용자, 창작자 등 B2C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 4종을 준비했다.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가 야심 차게 공개한 것은 ‘클로바X’와 ‘큐:’다.

클로바X는 대화형 AI 서비스로, 네이버가 자신 있게 말하는 우수한 한국어 능력과 더불어 영어와 프로그래밍 역량을 강화해 개발됐다. 이용자는 클로바X로 업무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비즈니스 글쓰기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멀티턴(multi-turn) 대화도 경험할 수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X에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는 시스템인 ‘스킬’을 더했다. 언어모델 자체 생성 능력만으로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네이버 쇼핑이나 네이버 여행 등 내부 서비스와 연계하거나 쏘카나 야놀자, 배달의 민족 등 외부 기업과 협업해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시나리오다.

클로바X는 이날 오후 베타 버전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오는 9월에는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에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를 접목한다.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네이버 US AI 기술총괄은 큐:의 차별점으로 ▲질의 이해 ▲답변이 포함된 출처 수집 ▲답변과 출처의 사실성 일치 확인 등 세 단계 기술적 과정을 거쳐 답변을 내놓는다는 점을 꼽았다. 결과 생성 시 얼마나 분명한 출처를 가진 자료를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자유도 측면에서 엄격하게 개발했다.

기존 생성형 AI 서비스가 지닌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도록 자체 기술을 더했으며, 자체 기술 탑재 후 환각 현상이 72%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내부 테스트에서 챗GPT 초기 모델에 적용된 GPT-3.5와 비교했을 때,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구축된 서비스의 승률(답변 정확도)이 75%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판매자, 창작자, 광고주 등 네이버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위한 생산성 향상 서비스도 여럿 마련했다. 프로젝트 커넥트X와 클로바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프로젝트 커넥트X는 디자인이나 코딩 등 직군별로 전문적인 업무를 도와줄 뿐 아니라 자료 탐색, 문서 작성, 일정 조율 등 분산된 업무를 한 데로 연결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AI 플랫폼이다.

비즈니스 최적화 AI 서비스를 만드는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도 하이퍼클로바X를 입고 더 똑똑해진다. 기업이 가진 기존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하이퍼클로바X에 연결해 대화형 AI 서비스를 만드는 ‘스킬 트레이너’와 자체 데이터만 있다면 튜닝 과정을 거쳐 커스텀 하이퍼클로바X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튜닝’ 기능을 갖췄다.

금융, 법률, 의료 등 분야의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구축하는 경우 보안도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네이버는 강력한 보안과 함께 기업 자체적 생성형 AI 구축을 원하는 기업을 위한 ‘뉴로클라우드’를 선보인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인 뉴로클라우드를 고객사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설치하고 그 위에 GPU 클러스터를 결합한 뒤 하이퍼클로바X 모델과 학습, 운영 도구들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최 대표는 “구글이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해 체급은 작지만 열심히 고민하고 토론해서 만들어낸 사업 전략”이라며 “네이버가 지금까지 정립한 성공 방정식이 AI 시대에도 먹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오픈AI(챗GPT)나 구글(바드) 등 해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어 학습량을 바탕으로 이들과 견줄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한국어를 많이 학습한 만큼 한국의 문화, 맥락, 법적인 부분을 글로벌 기업보다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또 네이버는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만큼,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최적화된 생성형 AI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네이버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이들의 활동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네이버가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거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네이버는 한국 지역을 위주로 학습했기 때문에 문해력이 좋다”며 “전략적으로 한국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기업들은 네이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선점한 후 향후 비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지역 특화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켜 해당 지역에 강점이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로컬라이즈(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