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에 대한 특혜성 환매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정황이 나온 라임펀드 건 관련해서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감독당국은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위법혐의가 확인됐다고 제시했다. 기존 검사 결과, 관련사건 법원판결 내용 등을 기초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운용사의 경우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을 적발했다. 또 펀드자금이 투자된 피투자기업에서의 횡령·배임 혐의 등 다수의 부정한 자금 유용 사례를 발견해서 지난 5월부터 수 차례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도 했다.
옵티머스는 투자관련 금품 수수, 펀드자금 횡령, 부정거래 공모 등, 디스커버리는 펀드 돌려막기, 직무정보 이용, 펀드자금 횡령 등이 검사 결과 적발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으로 향후 제재 및 검찰수사 과정 등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금감원 측은 밝혔다.
라임이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 사채),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 등에서 약 2000억원의 횡령 혐의도 드러났다.
2018년 12월 라임펀드는 비상장 A사가 발행한 사모사채에 300억원을 투자했는데, A사(비상장)의 회장 '갑' 등은 이 자금을 임원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후 276억원을 필리핀 소재 리조트 인수에 사용하는 등 총 299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발견했다.
2018년 1월 라임펀드는 B사의 계열사(상장사)가 발행한 CB에 70억원을 투자했다. B사(비상장) 대표이사 '을' 등은 이 자금을 포함한 계열사 자금 400억원 중 50억 6000만원을 본인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 등으로 유용한 혐의를 발견했다.
2017년 9월 라임펀드는 C사 BW에 400억원을 투자했는데, C사(상장사) 대표이사 '병' 등이 2018년 9월~2019년 8월 자회사 지분 매각 대금 등 180억원을 타 회사 임원과 공모해서 횡령한 정황을 발견했다.
또 2018년 라임펀드는 D사(상장사)와 캄보디아 개발사업을 공동 진행했는데, D사(상장) 대표이사 '정'는 2018년 5월 회사 자금을 허위 명목(캄보디아 개발사업 실사보증금)으로 1000만 달러(134억원 상당)을 홍콩소재 회사에 송금하고 2018년 12월에는 자회사에 대한 허위의 대여금 명목으로 40억원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한 정황이 나왔다.
라임펀드가 위 회사와 공동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리조트 투자액 1억 달러(1339억원 상당)도 D사의 이사 '무'가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 등에 이체해서 횡령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금감원 측은 밝혔다.
E사(비상장)의 회생관리인 '기'는 2022년 5~9월 기간 중 재고자산 매각 때 허위의 매매계약서(매각액 69억5000만원)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실제 매각대금(159억9000만원)과의 차액 90억4000만원을 본인 회사 등에 송금한 게 적발됐다. 라임펀드는 2021년 2월 E사 전환상환 우선주를 취득했다.
금감원은 검사과정에서 라임 펀드의 투자처가 보유한 제3자에 대한 대여금 5건(191억원)을 발견하였으며, 가교운용사가 채권자 대위를 통하여 제3자에 대해 채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회수 지원 조치를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A의 기금운용본부장인 '갑'은 2017년 6월~2018년 3월 중 전체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총 106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 부문 대표인 '을'로부터 2016년 6월 1000만원을 받고 '갑'의 자녀는 '을'이 회장으로 있는 B사로부터 급여를 수령하는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발견됐다.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투자된 SPC(특수목적법인)의 대표이사 '병'은 2018년 11월~2019년 2월 SPC가 보관 중이던 펀드자금 15억원을 임의로 인출(수표)했고, 이 중 12억원을 법무법인 C의 대표변호사 '정'의 계좌로 입금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발견됐다.
전(前) 임원의 부정거래 공모 혐의도 적발됐다. 2017년 6월 당시 임원 '무'는 부문 대표였던 '기' 등이 모집된 펀드 자금을 사모사채에 투자 목적이었음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를 기망하여 펀드자금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펀드 자금을 투자제안서와 달리 매출채권 매입이 아닌 비상장사 사모사채에 투자하도록 운용지시를 하고, 이 과정에서 '기'로부터 1억원을 수수하는 등 '기' 등의 부정거래 행위에 공모한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옵티머스 임원 '기'는 펀드자금을 투자한 시행사 B사를 통해 수도권에서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가 물류단지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획득할 것을 기대하고 2020년 5월 '을'의 B사 지분 50% 취득 자금(43억3000만원)을 대납해 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금감원은 과거 실사 과정에서 실재성이 확인되지 않은 펀드자금이 실제 SPC를 통해 특정 부동산개발 회사에 투자된 사실이 추가로 파악되었다고 제시했다. 실사 당시 실재성이 확인되지 않아 회수가능가액을 '0'으로 평가한 바 있다. 현재 SPC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수익권(감정평가금액 27억1000만원)을 통해 투자금 회수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옵티머스 펀드 자금 회수 지원 상황을 제시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관련해서는 연계거래 방식의 펀드 돌려막기 혐의가 적발됐다.
디스커버리는 펀드 자금을 해외 SPC에 투자하고, 동 SPC가 미국 대출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왔다고 짚었다. 개별 펀드는 SPC의 발행채권을 매입하고, SPC 관리인이 동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2019년 2월 해외 SPC1의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도래한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렵게 되자, 해외 SPC2가 SPC1의 자금을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함으로써 상기 3개 펀드를 상환(2029만 달러, 272억원 상당)했고, 이후 SPC2는 동 후순위채권의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운용사는 이 과정에서 SPC2의 신규 펀드자금 모집(344만 달러)은 SPC1 투자 펀드를 상환할 목적이었음에도 투자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이용하였다고 짚었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이 부동산 대출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 등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18년 8~10월 중 본인 또는 제3자 명의로 관련 시행사의 지분(60%, 1억7000만원)을 취득한 후, 배당수익 및 지분매각차익으로 4600만원 상당의 사적이익을 취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 디스커버리는 동 시행사에 2018년 8월과 12월 2회 부동산펀드 자금으로 총 109억원을 대출한 후, 약정 이자의 일부(약 5억7000만원 추산)을 면제해 주거나, 이자지급 기일을 연기해 줌으로써 펀드 이익을 훼손하고 차주(시행사)의 이익을 도모한 사실도 확인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자금이 투자된 해외 SPC의 자금관리 및 투자업무를 수행한 '갑'은 2017년 9월 해외 SPC의 자금으로 미국 운용사 A(현재 법정관리)의 펀드가 보유한 부실 자산을 액면가(5500만 달러)로 매입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42만 달러(6억원 상당)을 A사 및 A사 대표로부터 수취('갑'이 대표이사인 국내 법인계좌로 입금)하는 등 수재 혐의를 확인했다. A사 대표에 대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기소장에 따르면 SPC이 A사로부터 가장 부실한(Worst-performing) 채권을 매입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2020년 4~12월 중 자신이 관리하던 해외 SPC의 자금 63만 달러(8억원 상당)을 정당한 사유 없이 본인 회사 등으로 임의 인출하여 유용한 사실도 발견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는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수사 통보된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해외펀드 관련 위법행위 확인 등을 위해 SEC,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등 미국 감독당국과 콘퍼런스콜 및 이메일 등으로 긴밀하게 협조해 왔으며, 동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추가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수사기관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추가 분쟁조정 실시 필요성도 제시했다. 추가 검사를 통해 분쟁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운용사의 위법행위 등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2020년 6월부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연기로 인한 투자자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3개 펀드(라임무역금융 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 옵티머스, 헤리티지 펀드) 투자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조정했고, 다른 펀드(라임 국내, 라임 CI, 디스커버리, 헬스케어 펀드)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정도 등에 따라 손해액의 40~80% 수준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디스커버리 SPC의 투자 펀드, 신규 펀드 등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민원인의 펀드 가입 당시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조사 등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분쟁조정을 적극 실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추가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TF 마무리 시점에서 결과를 내보인 것으로, "언론 등에서 제기한 각종 새로운 의혹을 규명하고 투자자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앞서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2년 6월 취임 당시 일성으로 라임펀드 사태 관련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 지 잘 점검해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여의도 금감원에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추가 검사 배경에 대해 "TF 이전에는 불완전판매, CEO(최고경영자) 내부통제 책임 등이 포커스였고, 현재도 진행중"이라며 "이번 TF는 그동안 의혹만 나왔던 피투자기업 횡령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자금 추적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 중 라임펀드 관련 유력인사의 '특혜성 환매'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정황이 최대 화두가 됐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에서 특혜성 환매를 받은 일부 투자자로 'A중앙회(200억원), B상장회사(50억원), 多選(다선) 국회의원(2억원) 등'을 명시했다.
함 부원장은 "유력인사를 찾기 위한 검사를 했던 게 아니고, 임직원 본인계좌가 개방형 펀드로, 혹시 관련 임직원 선인출 행위가 있었는 지 보는 과정에서 일부 케이스가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금융위원회로 넘어간 라임펀드, 옵티머스 펀드 관련 증권사 CEO 제재여부 관련해서는 함 부원장은 "논의의 초점이 다르다"며 "저희는 이번에 운용사, 피투자기업 관련한 얘기를 주로 한 것이고, 그것(CEO 제재여부 건)은 판매 단의 내부통제 책임 여부에 대한 것으로 직접적 관련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원 재판, 감사원 감사 등에 이번 추가 검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질문에 함 부원장은 "각 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말씀을 못드린다"며 "다만 추가 확인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을 발표한 것으로, 저희(금감원)는 자본시장법 등 금융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내에서 확인을 한 것이고, 더(윗단은)는 수사의 영역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분쟁조정이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해서만 언급된 데 대해 함 부원장은 "라임, 옵티머스는 원천 무효가 됐거나 상당 부분 분쟁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가 요인이 없을것 같은데, 다만 디스커버리는 추가적인 분쟁조정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원천적 계약 취소, 추가 보상 비율을 높이는 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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