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군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패션기업이 가두상권을 유지한 채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정은 코로나 기간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적자 폭에 시달려야 했지만, 지난해 보란 듯이 네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의 막내 딸이자 차기 후계자로 유력한 박이라 사장이 있다.
세정은 2011년 매출액 1조원 달성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즈음 ‘자라’, ‘유니클로’ 등 해외 중저가 브랜드들도 밀물처럼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이 되어서는 MZ세대가 명품업계 큰손이 되면서 K패션은 더욱 잊혀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거리두기 영향으로 세정의 매출은 고꾸라졌다. 2020년 2693억원, 2021년 2639억원으로 10년 만에 삼등분 된 것이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박이라 사장이었다.
박이라 사장은 박순호 회장의 셋째 딸 중 막내딸로, 차기 후계자로 손꼽힌다. 2005년 세정에 입사한 뒤, 비서실과 브랜드전략실 등 여러 사업부서를 거치다 2019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의 연령대를 낮추기 위해 브랜딩에 직접 참여했고, 편집숍인 ‘웰메이드’와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을 맞아 ‘운영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무작정 매장을 줄이기보다 매출이 안 나오는 지역 위주로 정리했다. 대신 매출이 잘 나오는 곳에는 출점을 강화해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이어갔다.
세정은 생산 방식에서도 해외 직생산, 원부자재 직소싱, 비수기 생산 확대 등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이 웰메이드 12%, 트레몰로 12%, 올리비아로렌 22%, 디디에두보 15% 올라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2020년 26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지난해 33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세정은 마케팅 전략에서도 TV 등 PPL을 늘리는 한편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올리비아로렌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이지아는 tvN 드라마 ‘판도라’에서 이 브랜드 원피스를 입고 나와 매출 200%를 늘렸다. 배우 신민아도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디디에두보 제품을 차고 나와 신장세를 이끌었다. 이보다 앞서 배우 전지현도 SBS 드라마 ‘별에서온그대’ 출연 당시 디디에두보 귀걸이, 목걸이 등을 착용했다. 이 여파로 디디에두보는 홍콩이나 프랑스 등 해외로도 진출하게 됐다. 가수 임영웅도 ‘웰메이드’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디지털 전략에서도 세정은 2030 젊은 남성 고객을 위한 온라인 브랜드 ‘WMC’를 론칭했다. 또한 주얼리 브랜드 일리앤을 무신사나 29cm 등 플랫폼에 입점시키며 2030 젊은 여성 고객층을 유입시켰다. 외에도 2019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코코로박스’를 인수, 자체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코로박스 내 주방용품 브랜드인 ‘카모메키친’과 글라스, 도자기 등 제품을 선보이며 전체 포토폴리오도 다양화하고 있다. 온라인몰인 ‘세정몰’에서도 시즌별 기획전과 브랜드별 프로모션도 지속 전개 중이다.
박이라 사장은 “급변하는 패션 환경에서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세정의 각 브랜드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한 옷, 상품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들에 전달하겠다”라며 “올해는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세대를 잇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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