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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 입법화 속도… STO 업체 기대감↑

기사입력 : 2023-07-31 00:00

(최종수정 2023-07-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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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블록체인 ‘증권 공적 장부’ 지위 인정
토큰 증권 매칭 데이…발행사 60곳 이상 참여

▲ 송명석 모로보기 대표가 2023년 7월 18일, 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주관으로 열린 ‘2023 토큰 증권 매칭 데이’에서 에디슨(Edison) 발명품 토큰화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송명석 모로보기 대표가 2023년 7월 18일, 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주관으로 열린 ‘2023 토큰 증권 매칭 데이’에서 에디슨(Edison) 발명품 토큰화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정부와 여당이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 기반 기술원장을 ‘증권 공적 장부’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달 중 STO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려 한다.

시장에선 기대감과 긴장감이 흐른다. ‘땅에 떨어진 돌도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서다. 최근 코스콤(Koscom‧사장 홍우선) 주최로 열린 ‘토큰 증권 매칭(Matching‧연결) 데이’엔 토큰 증권 발행사만 60곳 넘게 왔다. 에디슨 발명품부터 와사비(Wasabi‧고추냉이)까지 투자 대상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했다. 한 참가자는 행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STO 업체가 이렇게 많았나요?”

에디슨 발명품부터 와사비 투자까지?

STO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BTC‧Bitcoin) 광풍이 불던 몇 년 전만 해도 디지털 자산조차 투자자산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상황이 반전됐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반 기술원장이 ‘증권 공적 장부’로 인정받도록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기존의 주식, 채권을 비롯해 각종 투자자산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블록체인 기술 기반 분산원장에 토큰 증권 거래 내역을 기재·관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가령, 기존엔 삼성전자(회장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가 발행한 주식은 삼성전자가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라 증권사 계좌에서 거래되고 증권사들이 해당 계좌를 관리했다. 하지만 토큰 증권은 발행 주체가 직접 계좌관리까지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반드시 블록체인을 의무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비정형 증권의 다양한 유통시장 형성을 위해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장외거래 중개업자도 신설한다. 1:1 상대매매만 허용했던 장외거래에서 다자 간 장외시장 중개 허용으로 바뀌는 것이다.

입법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STO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점쳐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정중호)는 최근 STO 시장이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2030년엔 367조원까지 규모가 불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회장 리치 레서)이 발표한 전 세계 시장 전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다. 지난달 국내 운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가 순자산 총액 100조원을 넘겼는데 이처럼 규모가 커진다고 보면 된다.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측되자 STO 관련 업체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코스콤 주관, LG CNS(대표 현신균) 후원으로 열린 ‘2023 토큰 증권 매칭 데이’에선 증권사 30곳, 은행사 3곳, 발행사 61곳이 행사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도 300여 명이 자리해 토큰 증권 시장에 관심을 드러냈다.

업체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발한 투자 상품이 속속 눈에 띈다. 음악 지적 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뮤직카우(대표 정현경)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기존에 잘 알려진 부동산, 미술품은 물론 ▲농축산물 ▲조경 수목 ▲매출채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이 토큰 증권 발행 업체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관심을 끈 업체는 미국 발명가 ‘에디슨’(Edison) 발명품을 토큰화해 실물 조각 투자형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로보기’(대표 송명석)와 상용화 와사비 식물공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와사비팜’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투자자산이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접한 친숙한 실물 자산이기에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송명석 모로보기 대표는 이날 강단에 서서 “지난해 2월 강릉 참소리 박물관과 에디슨 발명품‧수집품 발굴 계약을 맺었다”며 “앞으로 참소리 박물관에 있는 소장품 20만점에 대한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화 독점 권리를 바탕으로 소장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토큰 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현재 증권사들도 STO 발행 업체와 맞손을 잡는 등 관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기에 더 다양한 STO 업체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STO 사업 진출을 정식 승인받으면서 본격적으로 STO 사업을 추진하는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은 올해에만 벌써 50여 개 기업과 STO 민간 협의체를 꾸렸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토큰 증권을 활용하면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 공항 등 우량자산에 개인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투자자산이 토큰 증권으로 생길 것”이라며 “증권사들도 수익구조 다각화 관점에서 지속해서 토큰 증권 관련 업체들과 제휴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밋빛 보고 뛰어드는 업체 多… 검증 철저해야”

일각에선 토큰 증권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밋빛 미래만 보고 사업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뛰어든 업체가 다수란 지적이다.

또한 대다수 기업은 이미 주력 사업이 있는 상태라 언제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금방 발을 뺄 수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이 투자자산, 기술력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투자자 피해 사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토큰 증권 매칭 데이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확인됐다. 어떤 토큰 증권 발행 기업은 눈에 띄는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강단에 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본인조차 그 투자자산을 잘 모르는지 계속해서 버벅댔다. 어떤 업체는 회사 소개를 위한 소책자조차도 없었다. 행사에 온 이유를 “업계 동향 파악”이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설명한 대로 토큰 증권은 기존 그릇으로 담기 어려웠던 음식을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담는 그릇일 뿐인데, 음식을 만드는 이들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는 생각은 뒤로 두고 시장 성장 가능성만 보고 음식점 론칭(Launching‧개시)을 시도하는 건 아닌지 의심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준비를 철저히 해 간절한 마음으로 투자 유치하고자 애쓰는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며 “이름만 거창하게 달고 STO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를 선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STO 업체도 할 말이 있다. 아직 STO 관련 법안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 불확실성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다. 토큰 증권 매칭 데이에 참가한 발행사 83%와 유통사(금융사) 79%는 토큰 증권 시장 활성화 저해 요소로 제도를 꼽았다. STO 입법화 속도도 중요하겠지만, 방향성과 명확성이 앞으로 시장 성장을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토큰 증권 개정안을 통해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은 하위규정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라 투자에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며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전자증권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당국의 세심한 정책 검토를 주문했다.

국회는 STO 법안 다듬기에 힘쓸 방침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연내 처리될 시 공포 1년 후 본격 시행된다. 당정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자 입법은 최대한 빨리 추진하고, 세부 요건은 최대한 시행령에 담으려 한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내년 말 이전에 정식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씨티은행(행장 유명순)의 경우, 전 세계 토큰 증권 시장이 2023년까지 5조달러(6300조원)로 커진다고 전망했다”며 “토큰 증권 제도가 정착하려면 기존 법‧제도와 정합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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