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이 이달 6일 해당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국책사업 전격 중단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토부는 사업 재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4개 주제, 22개 세부분야 사업자료 55건 전국민에게 공개, 새로운 내용은 글쎄
국토부 관계자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백지화는 어떻게 보면 충격요법"이라며 "원 장관은 의혹이 해소되면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얘기했던 것이고, 다음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 땅 등과 관계없을 때 진행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노선을 찾아가는 단계에 있었으나, 이달 초 사실무근의 괴담으로 중단됐다"며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께 직접 검증받기 위해 개인 신상에 관련된 내용을 제외한 그간의 자료를 전례 없이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는 그간 국토부가 내놓았던 해명을 보다 자세하게 풀어놨다는 의의가 있을 뿐, 골자 자체는 지금까지 국토부나 원희룡 장관의 해명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타를 통과한 노선 외 2개 대안 노선이 새롭게 제시됐다. 국토부는 대안 노선 등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으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국토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대응에 나섰다.
종점변경을 통해 사업비가 1300억원가량 증가해 경제성이 악화됐다는 의혹에 대해 국토부는 “종점 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는 1300억원이 아니라 140억원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얻어지는 교통정체 해소 효과를 고려하면 변경 노선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토부 주장에 따르면 기존 예타통과안은 IC(인터체인지)가 없고 종점부가 양서면에 치우쳐, 주민 이용 측면에서 불리했다. 대안노선은 IC를 설치할 수 있어 주민 편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국도 6호선 등 교통량 분산효과도 하루 1만5800대 규모로 대안노선이 2만2300대의 교통분산 효과가 있을 것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원희룡 장관이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이번 종점변경 계획이 ‘대안 제시’였을 뿐, ‘노선 변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종점 변경을 두고 주민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에 전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는 다양한 대안 검토를 통해 최적노선을 찾아가는 타당성평가 단계로 노선이 변경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5월에 제시한 안을 토대로 추후에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익명을 희망한 업계 한 전문가는 “이 정도 자료나 근거가 있었다면 차분히 토론을 통해 풀어갈 수 있었을 문제였을 텐데, 장관의 입에서 섣부르게 백지화라는 결정이 나온 것부터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며, “자료의 진위여부를 떠나 정부가 정치적인 명분도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 ‘김건희 일가 땅 알았나’ 여부 ‘가짜뉴스’ 주장 반복…민주당은 “백지화 법 위반” 주장
원 장관이 사전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아직 명확히 해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원희룡 장관은 앞서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근처에)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발언으로 해당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다양한 노선안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중간 과정에서 장관이 그런 내용을 보고받을 이유도 없고, 통상적인 고속도로 타당성평가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를 파악하는 절차도 없다"고 반박했다.
원 장관 역시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원희룡 장관은 24일 오후 업로드한 Q&A 영상에서 ‘(원희룡 장관이) 해당 사업의 모든 정황을 알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증거라고 내놓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견지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이거나 추가적인 해명은 영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원 장관이 김 여사 일가의 땅 소유 사실을 지난 6월 29일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질의서를 보내와 실무 부서로부터 보고받는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작년 국정감사 질의는 양평군에 있는 여러 땅의 형질 변경이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확인 결과 중부내륙고속도로 산지의 형질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국토부와 관련이 없어 이에 대한 별도 검토는 없었고 국감 결과보고서에도 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결정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 등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은 엄연한 불법으로 3개 법률과 5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 장관 결정에 대해 대규모 사업을 변경하려 할 때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가재정법 50조, 고속도로 건설계획 변경 시 도로정책심의위원회를 거치게 한 도로법 5조 7항 및 6조 8항, 광역교통기본계획 및 교통개선대책을 바꿀 때는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 3조 3항 및 7조의2 3항을 각각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원 장관은 즉각 백지화를 철회하라"면서 "원 장관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영부인 일가가 아닌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원안대로 사업을 신속히,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