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에도 전국 단위 집중호우로 비극적인 사망사고가 다발했음에도 불구, 올해 역시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할 구청의 도로통제 미흡이나 제방 부실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정부 및 지자체의 행정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17일 오전 6시 기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세종 1명, 충북 15명(오송 12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총 39명이다. 중대본 집계 이후로도 오송 지하차도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수습돼 현재까지 이를 포함하면 충북 사망자는 16명(오송 13명)이다. 실종자는 부산 1명, 경북 8명 등 9명이며, 부상자는 충북 13명을 비롯해 총 34명이다.
전국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6255세대 1만570명이 일시대피했다. 이중 경북에서 대피한 사람이 1954세대 29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충남 1409세대 2657명, 충북 1345세대 2500명 순으로 이어졌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하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옆의 둑이 15일 새벽 폭우로 무너지면서 하천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며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해당 제방이 주변보다 턱없이 낮아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감당할 수 없었던 임시 제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지하차도 출입 통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지역 주민과 희생자 유족들은 오송 지하차도가 미호천교와 직선거리로 600m 정도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는데도 행정당국이 홍수 경보가 내린 뒤 4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다며 '인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지하 주거 가구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투텁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 10일 정부는 반지하 거주자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최대 5천만원의 무이자 보증금 대출과 서울시의 반지하 특정 바우처(월세 20만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지하에 주거 중인 가구들은 당장 이사가 쉽지 않고, 사회안전망 이용에 대한 이해도 역시 깊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서울시에서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주택 총 2만8000호 중 주거이전 비율은 약 8%에 그쳤으며, 전체 반지하 23만8000호를 기준으로 놓고 계산하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주거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물막이판이나 역지변장치를 설치해 주택 침수를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희망한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물막이판은 결국 임시방편이고, 그거 설치해도 옆으로 물은 새서 들어온다. 콸콸 들어오는 물이 줄줄 들어오는 수준으로만 개선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수십 년째 쓰이고 있는 노후화된 배수관로 개선이 꼽힌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인해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애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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