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는 투자일임, 법인지급결제를 추후 검토로 남기며 일단 현행 유지에 손을 들었다. ‘무승부’ 그림이 그려지기는 했으나, ‘새 먹거리’를 위한 은행, 금투업계 간 물밑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권 “원스톱 종합자산관리 활로…허용해 달라”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투자일임 허용 방안을 투자자문·신탁업 등을 통한 자산관리서비스의 성과를 봐가며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은행의 투자자문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부동산 관련 자문만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금융상품 자문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가 글로벌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 기반한 이자이익에 치우쳐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투자자문을 넘어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은행권은 투자일임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은행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달라고 주장한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는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기관·고액자산가 또는 상품 판매 중심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벗어나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에 본인의 니즈에 따른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업계 “고유 업무 허용 맞지 않아…소비자 보호 고려해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일임업을 자본시장법 상 금융투자업에 해당하는 고유 업무라며 절대 사수에 힘을 싣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위임받아 운용하고 보수(수수료)를 받는 투자일입업은 금투업권의 주요 수익으로 꼽힌다. 은행권이 비이자수익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현재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허용을 넘어 투자일임 범위 확대를 내걸자 금투업계와 긴장 관계가 형성돼 왔다.
금투업계 측에서는 “은행의 수익 확보를 위해 금투업권의 고유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투자자·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 촉진 차원에서 금투업권에서는 비은행권 지급결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09년 6월부터 증권사도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은행권 반대로 금융결제원 규약에 막혀 개인만 지급결제가 허용돼 현재 ‘반쪽자리’ 결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투업계는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월급 통장으로 쓸 수 있는 등 금융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지급결제 안전성 관련해서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 상 증권사 자금이체 대상을 투자자예탁금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투자자 예탁금은 전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되기 때문에 결제 불이행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 “동일기능-동일리스크-동일규제 관점에서 접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23년 5월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은행권에서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도 핵심 고려 사항이다.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업무 확대·허용 문제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을 살펴보며 추진할 계획을 제시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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