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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점검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엄정조치"

기사입력 : 2023-07-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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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책임원칙 훼손·리스크관리 소홀"
"위법 개연성 높은 증권사 추가 점검"

채권형 랩·신탁 영업 중 만기불일치 운용 관련 / 자료제공= 금융감독원(2023.07.03)이미지 확대보기
채권형 랩·신탁 영업 중 만기불일치 운용 관련 / 자료제공= 금융감독원(2023.07.03)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채권 돌려막기' 의혹 등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 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에 힘을 실었다.

점검 결과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하여 업무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은 3일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채권형 랩·신탁의 불건전 영업관행을 근절하여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22년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의 투자손실을 보전해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23년도 검사계획 중 하나로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 등에 대한 테마검사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객은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하나, 일부 증권사는 거래량이 적은 장기 CP(기업어음) 등을 편입 및 운용하는 미스매칭이 이뤄졌고, 장기 CP 등은 가격변동위험이 높은데도 금리상승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여 고객자산의 평가손실이 누적됐다. 일부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산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했다고 제시했다.

금감원은 채권형 랩·신탁의 계약기간은 통상 3∼6개월이며 단기 여유자금 운용목적으로 가입하는 만큼 증권사는 고객의 투자목적 및 자금수요에 맞는 편입자산 및 예상수익률 등을 제시하여야 하나, 일부 증권사는 법인 거액자금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해다고 제시했다.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장기(1~3년 이상)이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CP 등을 편입하는 상품을 설계·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또 운용과정에서 증권사는 고객과의 1대 1계약을 통해 투자목적과 자금수요에 맞게 자산 선정·교체 등을 하여야 하나,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하는 바이 & 홀드(buy & hold)를 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에는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해왔다고 제시했다.

환매과정에서는 랩·신탁 계약 만기 시 증권사는 편입자산을 시장 매각하여 환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자산매각이 곤란한 경우 고객과 협의하여 만기연장, 계약해지를 통한 반환 등을 하여야 하나,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고객자산의 손실이 발생하여 만기 시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게 되자 고객 계좌간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이전(유보)시키거나 증권사의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 매입해줌으로써 회사의 경영상 손실을 초래하였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일부 증권사는 계약 만기가 도래한 A 고객 계좌에 편입된 CP를 다른 증권사 등에 고가 매도, 목표수익률로 환매했다. 그 대신 고가 매도의 상대방인 증권사 등으로부터 만기 등이 유사한 다른 CP를 B고객 계좌로 고가매수해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B 고객 계좌의 만기 도래 때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연계 및 교체거래를 반복하며 목표수익률을 보장했다. 사실상 고객 간 손실이전 효과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 한국금융신문이미지 확대보기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 한국금융신문
일부 증권사는 2022년 9월말 시장 경색 상황에서 고객들의 환매요구가 급증하고 유동성 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자, 고객계좌간 연계 및 교체 거래 등 방식만으로는 환매시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작년 10월에서 올해 2023년 5월 중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하여 고객의 랩·신탁에 편입된 CP 등을 고가로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환매 대금을 마련해 지급했다. 대상고객은 영세법인이 아닌 대기업 또는 기관투자자(연기금, 공제회 등)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금감원 측은 밝혔다.

금감원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향유해야 하며, 이 원칙은 개인 소액투자자 뿐만 아니라 법인 고액투자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나, 일부 증권사는 법인 고액투자자를 위해 실적배당상품인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하였고, 법인 고액투자자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손실마저 감수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되었다"며 "특히, 고유자산 등을 활용하여 손실을 보전한 행위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금감원은 "유동성이 낮은 장기채권은 가격변동위험이 매우 높아 시장상황 변동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함에도, 일부 증권사는 금리급등 시기에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누적되는데도 적극적인 자산 매매 및 교체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만기불일치 운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소홀을 지목했다. 이어 금감원은 "이는 시장경색 상황에서도 만기불일치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등 고객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여 환매대응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일부 증권사와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증권사는 법규, 계약 등을 준수하여 고객의 자산을 충실히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정한 내부통제체제를 운영해야 하는데도 일부 증권사는 자본시장법령 상 규제 회피 목적의 교체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이상 거래가격 통제 등을 하지 않았고, 적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승인절차 없이 고유재산을 활용하여 일부 고객에 대한 손실보전행위를 하는 등 준법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짚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에 대해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하여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하여 업무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어 금감원은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준법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고하여 올바른 업무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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