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일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새 기업문화 구축을 통한 조직 쇄신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미래 성장 추진력을 높여야 하는 점은 임 회장의 과제로 놓여 있다.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도입…지주·계열사로 확대
임 회장은 전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취임 100일에 대해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직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시작했고, 여러분을 직접 만났다”며 “우리 임직원들이야말로 문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역시 여러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됐다”고 말했다.임 회장은 또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은행장 선임을 우려 속에서도 잘 진행해냈다”며 “앞으로 그룹의 다른 제도들 역시 하나씩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취임 전인 지난 3월 초 조직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 혁신 TF를 구성하고 자회사 대표들을 참여시켰다. 특히 인사·평가 및 연수 제도,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첫 은행장 인사에서는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선임 절차를 가동하기로 하고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간 시중은행장 선임은 통상 지주 이사회 내 자추위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내부 논의만으로 이뤄져 왔다. 자추위원장을 맡은 지주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 3월 말부터 두 달 간 ▲외부 전문가 심층 면접 ▲평판 조회 ▲업무 역량 평가 심층 면접을 거쳐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통해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의 파벌 갈등을 해소하고 새 조직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목표다.
앞서 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금융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고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활용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지주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기업문화 혁신의 주요 과제로 삼은 만큼 앞으로 프로그램을 내재화하고 메뉴얼화해 검증과 육성 과정을 거친 분들이 그룹 주요 리더가 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며 “우연히 후보가 돼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라 전문 역량을 잘 훈련 받은 인물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을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임 회장은 인사제도 개선도 예고했다. 성과는 평가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평가 결과는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익 구조 다변화 속도…증권사 인수 1순위
임 회장은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2년차를 맞아 그룹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종합금융그룹 기반을 다져야 한다.우리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9113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세부 실적을 보면 순영업수익 2조5505억원 가운데 이자이익이 2조219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비이자이익은 332억원에 불과했다.
임 회장은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지주사 내에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 등을 추진하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이에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간 우리금융은 이익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와 VC 인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말 우리벤처파트너스(구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고 15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임 회장은 중장기 전략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는 “우리벤처파트너스 영입을 시작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을 30%로 확대해 성장 동력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M&A 전략의 기본 원칙은 적정자본비율 유지와 건전 경영, 주주이익 및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다. 특히 M&A 우선 순위로는 증권사를 1순위, 보험사를 2순위로 설정해 두고 있다.
인수 후보는 자산관리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조금 더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유한 중형급 이상 증권사다. 보험사의 경우 자본 규제 변동 역량을 지켜본 뒤 자본 확충 부담이 적은 우량 보험사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취약계층 금융지원 적극…직원 소통·주주 환원 강조
임 회장은 상생금융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말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 등 총 2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통해 연간 2050억원에 이르는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발표했다.우리카드의 경우 지난달 29일 2200억원 규모의 금융 취약계층·소상공인 대상 지원방안을 담아 카드업계 최초로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내놨다.
임 회장은 취임 전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상생금융 전담 조직인 상생금융부를 신설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직원과의 소통도 강조하고 있다. 임 회장은 그룹 내 포털에 회장과 직원 간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임 회장과 작성자인 직원만 확인할 수 있는 일대일 게시판이다. 그는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작은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언제든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임 회장은 전날 우리금융 본점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점심을 배식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배식을 마친 임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편하게 담소를 나눴다. 임 회장은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며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주주환원정책 강화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의했다. 우리금융이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한 이후 첫 자사주 소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분기 배당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관 개정에도 나선 바 있다. 이사회 논의를 통해 배당 수준 등을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빠른 시일 내에 12%로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CET1 비율이 12%를 초과하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