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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는 가계·기업 계속 늘어난다…은행 건전성 괜찮나 [연체율 세부 점검]

기사입력 : 2023-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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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규 연체율 1년 만에 2배 ‘껑충’
NPL비율도 상승세…신용리스크 익스포저↑
금리 상승 이어질 듯…“리스크 관리 관건”

빚 못 갚는 가계·기업 계속 늘어난다…은행 건전성 괜찮나 [연체율 세부 점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은행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커졌다. 누적된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0.04%)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 잔액으로 나눈 지표다. 새로운 대출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준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7월 0.04%를 유지하다가 8월 0.05%로 올라선 뒤 10월까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후 지난해 11월 0.06%, 12월 0.07%, 올해 1월 0.08%, 2월 0.09%로 치솟았다.

은행들의 분기 말 연체 관리 노력으로 3월 신규 연체율은 0.07%까지 떨어졌지만, 4월 0.08%, 5월 0.09%로 다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가계 신규 연체율이 0.08%로 작년 5월(0.04%)의 2배였고, 기업 신규 연체율은 0.11%로 1년 전(0.05%)의 2배가 넘었다.

신규 연체가 늘면서 은행 전체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전월(0.31%)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5월(0.20%)과 비교하면 0.13%포인트 뛰었다.

5대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0.26%에서 2월 0.31%로 0.3%대로 올라선 뒤 3월(0.27%) 소폭 하락했다가 4월(0.31%)과 5월(0.33%)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0.02%포인트, 0.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5월에 비해서는 각각 0.13%포인트, 0.15%포인트 높아졌다.

연체율 상승은 은행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5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은 0.29%로 전월(0.27%)보다 0.02%포인트, 전년 동월(0.25%)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은행 여신은 대출 회수 가능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중 고정이하여신(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 대출 채권으로, 수익은 나지 않는 반면 위험 가중치는 높아 은행의 자본 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고정이하여신이 은행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통상 연체율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한다.

가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월 0.21%로 4월(0.19%) 대비 0.02포인트, 전년 동월(0.16%)에 비해 0.05%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은 5월 0.35%로 전월(0.33%)과 전년 동월(0.32%)보다 각각 0.02%포인트, 0.03%포인트 올랐다.

차주의 신용도 하락, 채무불이행 등에 따른 손실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가리키는 신용리스크 익스포저는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은행에서 1601조303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1357조4762억원)과 비교해 3년여 사이 240조원 넘게 늘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건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의 여파가 지속되고 경기 둔화에 따른 가계·기업의 상환 여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국내 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에서 가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말 0.3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금액 기준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가계 여신은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3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은행들이 다음달부터 정상화되는 유동성 규제에 맞춰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이 금리 상승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역전세난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증가가 추가적인 은행채 발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2021년 갭투자 물량의 대규모 전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심화될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전세난 속 올해 1~5월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34.2% 증가한 4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전세 미반환 리스크는 주택시장 및 경기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DSR 규제 완화는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재원 충당을 위한 은행채 발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었던 금리 인하 기대감도 가라앉은 점도 금리 상승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00~5.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연내 최대 두 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역대 최대폭(1.75% 포인트)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보여준 6월 FOMC는 한은의 추가 긴축 우려를 자극한다”며 “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가 0.5%포인트 오른 만큼 한은도 적어도 한 번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다만 7월 인상에 대해 연준이 데이터 확인 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당장 한국도 3.75% 프라이싱에 나설 단계는 아니다”라며 “대외 여건은 3.75% 가능성 열기를 지지하지만, 실제 인상 여부는 분명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자기자본이 279조원이고,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산업 전체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2012년 이후 급락하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갑자기 급등으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권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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