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연체율·NPL비율 일제히 상승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평균은 올해 3월 말 0.272%에서 4월 말 0.304%로 0.03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4월 말(0.186%)과 비교하면 0.118%포인트 뛴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새로운 부실 증감 추이를 보여주는 신규 연체율과 부실 대출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올해 3월과 작년 4월 대비 각 0.008%포인트, 0.04%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50%로 각각 0.008%포인트, 0.016%포인트 높아졌다.
B 은행의 4월 기업대출 연체율(0.46%)과 가계·기업 합산 전체 연체율(0.37%)은 모두 2020년 3월(0.53%·0.37%)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C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28%)과 D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27%)은 각각 2020년 8월(0.30%·0.27%) 이후 가장 높았다.
D 은행의 경우 가계·기업 합산 전체 연체율(0.24%)과 가계 부문 NPL비율(0.18%)도 각각 2020년 11월(0.24%), 2020년 9월(0.20%)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이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점차 높아지자 은행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연체율 상승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약 3년간 이어져 온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연체율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권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 조치는 코로나19 여파로 6개월 단위로 총 다섯 차례 연장돼왔다. 5대 시중은행에서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이달 4일 기준 36조6206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금융권 자율 협약에 따라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환은 최대 1년 더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대출 부실 현실화 대비…비상대응체계 가동
은행권은 하반기 연체율의 급격한 상승 등 대규모 대출 부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연체채권 매각과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으로 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시장·실물경제 복합위기 비상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리스크 유형별 사전 점검을 통해 취약 섹터와 취약 예상 섹터를 선정하고, 이 부문에 대한 세부 분석과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맞춤형 입구·사후 관리 제도를 마련한다.
최근에는 부실 가능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채무상환 능력을 키우는 ‘KB 기업향상 프로그램’의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기업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업 신용개선 프로그램' 지원 대상도 늘렸다. 국민은행 대출이 가장 많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기한 연장, 대환(대출 갈아타기), 상환 일정 조정, 금리 우대, 신규 자금 등 금융지원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팀(TFT)’ 조직을 신설했다. 또 취약차주 지원 정책과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 구조조정지원제도 등을 활용해 어려운 소상공인 및 중소법인 등 취약 차주의 부실이 최소화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부실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가계대출 심사전략 정교화를 통해 안정적인 연체율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금리 상승기 건전성 관리 및 대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대출 우량 비중 확대, 한계기업 연착륙 지원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은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 1분기 역대 최대 규모로 충당금을 쌓았다.
KB금융은 올 1분기 668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전입했다. 지난해 1분기( 1439억원)보다 358.3% 급증한 규모다. 신한금융(4610억원), 하나금융(3432억원), 우리금융(2614억원)의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작년 1분기에 비해 각각 89.4%, 108.5%, 57.4% 늘었다.
금융지주들은 앞으로도 충당금 적립을 늘릴 전망이다.
방동권 신한금융 부사장(CRO)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계속 조금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 2~3분기에 추가적으로 PF 충당금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쌓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손충당금은 금융당국에서 은행권과 협의하면서 제도 변경도 될 것 같고 2분기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CRO) 상무도 컨퍼런스콜에서 “감독당국에서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요구가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적극 대응했다”며 “개별 평가 부분을 선반영해서 충분히 대손충당금을 쌓은 상태로 하반기에 추가 요구가 있으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연체 압력…위협 수준은 아냐”
금융당국은 향후 연체율 추이가 앞으로의 금리, 부동산, 실물경제 향방에 좌우되겠지만 당분간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시장 연착륙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PF 대출 등 부동산 관련여신의 연체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9월 말부터 코로나19 상환유예 여신의 상환이 개시되면 연체율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권 연체율 수준이 대체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전이나 2014~201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등의 시기에 비해서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금융권이 자체적인 건전성관리와 손실흡수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근 연체율 상승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은행의 올 3월 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29.9%로 2019년(112.1%)보다 2배 이상 높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건전성에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대응조치를 신속히 취할 방침이다.
건전성이 취약한 금융사를 중심으로 관리계획 징구 및 경영진 면담을 추진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는 금융사는 확약서 및 업무협약(MOU) 등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취약 차주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융사에 대해 부실채권 매각 확대 등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자체 채무 재조정 활성화를 통해 취약 차주의 재기를 지원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선 PF 대주단 협약 활성화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각 등을 활용하고, 기업 차주에 대해선 엄정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정상화 가능 기업을 적시에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지주와 은행이 내년 5월부터 1% 수준의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립하도록 했다. 금융지주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서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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