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중·고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이모 씨(45·여)는 “서울백병원이 폐원을 경정하면서, 지역 유일 대학병원이 사라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해 1975년 서울의 유일한 종합병원이 됐다.
그러나 2004년 처음으로 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서울백병원은 지난 20년간 누적적자가 1745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도심이 공동화되고 주변 인구가 줄어들면서 적자가 거듭된 것이 원인이었다.
인제학원은 측은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직원 393명이 법인 소유의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 중이다. 치료 중인 환자들에 대해서는 타 병원 전원을 지원하고, 부지·건물 운영은 추후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서울시의 제동으로 사실상 병원 부지의 용도 변경이 어려워진 만큼 갈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같은날 오전 도심 내 서울울백병원 부지를 상업용으로 쓸 수 없게 중구청이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을 제출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정책상 미래의 수요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지 용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즉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정해지면, 건물을 헐어도 병원으로만 지을 수밖에 없다.
시 측은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서울백병원 외에 도심에 있는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도 모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서울시 발표와 관련해 강북 내 의료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공익성 의지는 좋지만, 이는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시민의 의지를 대변하는 서울시 입장은 잘 알고 있지만, 매번 사유재산을 침해해 기업을 굴복시키는 방법을 쓰곤 한다”며 “한 예로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소유했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토지 가치를 크게 하락시킨적도 있었다. 서울시가 점찍은 부지를 어떤 간 큰 기업이 살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일도 대책이 아닌 적자에 시달리던 병원을 지원하는 등의 대비를 명분으로 진행됐다면 모양새도 좋았을 것”이라며 “개발 이익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인제학원 측과는 당연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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