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으로 지난달 말 대비 16% 급증했다.
엔화 예금은 지난 4월 5788억900만엔에서 5월 6978억5900만엔으로 늘었고 이달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 예금 증가는 향후 환율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엔화 환전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으로 4월(228억3900만엔)보다 73억2800만엔 증가했다.
엔화 매도액은 지난해 5월(62억8500만엔)의 4.8배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00엔당 897.49원까지 떨어졌다. 원·엔 환율 900원선이 붕괴된 것은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 27일 100엔당 1000.26원을 찍은 뒤 이달 16일 903.82원까지 떨어져 9.6% 급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5.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은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최근 원화 강세 현상도 원·엔 환율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4월 27일~6월 16일 기간 5.2% 하락한 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5.2% 상승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환차익을 노린다면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환차익보다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은행별 환전·인출 수수료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영향으로 엔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디플레이션 탈출 시그널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좀 더 견고한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달리 경제 역시 회복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자제할 것”이라며 “다만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주가 랠리 등 일부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연말 경에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이는 엔화 흐름의 기조적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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