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매매거래량과 경매지표 모두가 강남3구에서 특히 활성화되며, 지방과 수도권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부동산 양극화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강남4구 아파트거래량, 서울 전체의 3분의 1 수준…금천·광진 등은 거래량 저조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5월까지 누적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2633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거래량은 송파구에서 나왔다. 12일 기준 5월까지 누적 1141건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두 번째로 많은 거래량은 마찬가지로 강남3구에 해당하는 강남구에서 거래된 920건이었다. 서초구는 이들보다 적은 490건이었지만, 강남3구에 준하는 강동구는 908건으로 역시 거래량이 4번째로 많았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곧 가격 반등으로도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6월 1주까지 서울의 권역별 누적 아파트값 변동폭을 확인한 결과 ▲도심권 –4.15% ▲서북권 –4.71% ▲서남권 –5.18% ▲동북권 –4.75% ▲동남권 –1.65%로, 강남3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의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 이들 지역은 4월 이후 상승전환까지 나타나는 것은 물론 한 달가량 상승폭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경매지표를 견인한 것 역시 강남3구로 조사됐다. 강남3구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중 은마·신반포2차·잠실주공 등의 매물들이 나오면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2022년 1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80%선을 회복한 것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24.8%로 전월(19.0%) 보다 5.8%p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81.1%로 전달(76.5%) 대비 4.6%p 상승하면서 2022년 11월(83.6%)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80%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중에서 재건축 예정인 대치동 은마, 잠원동 신반포2차, 잠실동 잠실주공(지분)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7.8명으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강남3구 평균 응찰자 수는 12.7명으로 2021년 2월(17.7명)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과 규제지역 내 초고가 아파트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매수세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됐다.
상업용 부동산 역시 강남의 강세가 뚜렷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대표 이용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통해 올해 초부터 5월 22일까지 서울 핵심 지역의 제1∙2종 근린생활, 판매∙숙박 등 상업시설의 대지면적 3.3㎡당 평균 매매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8927만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5.5% 오른 수치다.
그 중에서도 올해 강남구 상업시설의 대지면적 3.3㎡당 평균 매매가는 1억8117만원으로, 서울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20년과 비교하면 66.4% 오른 값이다. MZ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명품, 패션, 식음료(F&B) 업체들이 몰렸던 성수동1∙2가는 1억3240만원으로, 2020년보다 62.5% 상승했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컨설팅팀장은 "다양한 소비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상업시설 매매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개선된 리테일 경기는 상업시설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강남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주택자 세제·대출부터 종부세까지, 전방위 규제 완화 고소득층 투자심리 자극했나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부동산 및 대출규제, 그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 등의 정책이 맞물리며 고소득 자산가들의 투자환경이 호전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는 지난해 8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다. 9월에는 종부세법을 개정해 고령자 및 장기 보유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를 도입했으며, 12월에는 종부세법의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기본세율은 0.5~2.7%, 3주택 이상 보유자 세율은 0.5~5.0%로 인하했다.
그 결과 공시가격 15억원짜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2년 새 200만원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합산 공시가격이 15억원으로 같더라도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7억5000만원씩)라면 보유세 감소분이 1100만원대로 불어났다. 그만큼 다주택자일수록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대출규제 역시 대대적으로 손질됐다. 지난해 8월 은행업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의 LTV를 주택 가격·지역·소득과 관계없이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했다. 12월에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LTV를 50%로 단일화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서민·실수요자 LTV 우대 혜택 확대 같은 조치도 실행했다.
여기에 1월에는 아예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강수까지 뒀다. 분양가상한제·전매제한 금지 등의 규제도 일제히 풀어내는 안을 마련했다.
이처럼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16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6.26, 올해 5월에는 16.37까지 늘었다. 이 지표는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 중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구하기 위한 지표로, 집합건물을 소유한 10명 중 2명이 다주택자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은 서울도 안심할 수 없는 극도의 ‘옥석 가리기’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불패’라는 수식어에서 ‘강남만 불패’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인기 지역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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