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경 뮤직카우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회장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에서 열린 ‘2023 한국금융미래포럼 : 금융대전환, 새도약 길을 찾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투자자 보호 조치 이후 ‘가파른 성장세’
정현경 대표는 우선 작년 4월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에서 부여한 보완 조치와 같은 해 9월 이뤄진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을 나열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뮤직카우는 신탁 구조를 통한 수익증권 발행 구조로 투자자 권리와 재산을 사업자 도산 위험과 절연시켰다. 아울러 고객 실명계좌를 개설하고 예치금과 잔고를 투자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그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및 장애 대응 관련 전문 인력을 대거 확보했으며, 강화된 정보 보안 환경하에 업계 최고 수준 인증인 ‘ISO 27001’과 ‘ISMS-P’를 획득했다.
현재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0년 본격적으로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누적 회원 수는 120만명에 달한다. 거래 규모는 4000억원이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대표 곽동걸‧곽대환)가 운용하는 펀드로부터 6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214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성장세 배경에 관해 정 대표는 “그간 아티스트(Artist‧예술인)만의 전유물이었던 음악 저작권료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한 덕분”이라며 “개인이 음악 저작권료를 공유 받고, 거래할 수 있도록 구현한 플랫폼은 뮤직카우가 세계 최초”라고 피력했다.
그는 음악 저작권이 다른 자산과 차별점을 보이는 이유를 3가지 관점에서 제시했다.
첫째는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이다. 정 대표에 의하면 뮤직카우 실제 투자자들은 평균 약 7%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그는 “음악 저작권 자산은 보통 발매 연도를 기점으로 3년가량 하락하다가 그 기간이 지나면 크게 변동하지 않는 롱테일(Long tail‧긴 꼬리) 곡선을 그린다”며 “그렇기에 음악 저작권료는 단기 변동성을 노리는 투기자산이 아니라 오래 보유하면서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디지털화와 신매체 등장’이다. 매년 8~15%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요소다.
정현경 대표는 “요즘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저작권 매입 뉴스(News‧소식)를 심심치 않게 봤을 것”이라며 “지난해 저작권 매입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등 약 2년 전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모펀드(PE‧Private Equity)들의 음악 저작권 매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셋째는 ‘불황에 강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은 거시경제 요인에 상관관계가 거의 ‘0’에 가깝다”며 “금리가 오르거나 원자재 가격이 내리더라도 경기에 상관없이 우리는 음악을 듣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음악 저작권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
투자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음악 저작권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문화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뮤직카우는 얼마 전 글로벌 컨설팅(Global Consulting‧세계적인 자문) 회사에서 투자자 대상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왜 뮤직카우를 하나?’란 물음에 약 21% 투자자가 투자 목적이 아닌 ‘팬심’ 또는 ‘특별한 굿즈를 갖고 싶어서’라고 답한 것이다. ‘구매 곡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좋아하는 가수여서 ▲좋아하는 곡이라서 ▲유명한 곡이라서 등 비금융 요소를 언급한 대답이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관해 정현경 대표는 “음악 저작권료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실체성 있는 권리에 기반해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임과 동시에 문화 ‘굿즈’로서 문화적 가치를 향유하는 문화상품”이라 목소리 높였다.
정 대표는 앞으로 뮤직카우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업 영역 역시 ‘문화 금융’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어떤 금융권에서도 음악 저작권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뮤직카우가 음악 지적 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문화 금융은 문화 콘텐츠를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금융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혁신산업을 말한다. 기존의 문화산업 생태계에는 문화창작자와 문화 소비자만이 존재했다면, 문화 금융을 통해선 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 투자자까지 들어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정현경 대표는 “기존엔 창작자들이 목돈을 마련하려면 엄청난 고리로 대출받거나 블랙 마켓(Black market‧암시장)에서 헐값에 매각하곤 했다”며 “뮤직카우는 건강한 음악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노력에 많은 아티스트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국내를 대표하는 약 160여 명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중”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뮤직카우는 현재 아티스트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도 하는 상태다.
정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에 뮤직카우를 통해 약 2000억원 자금이 음악 저작권 시장에 유입돼 아티스트의 창작 환경 지원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며 “음악 저작권 협회 1년 분배액의 경우, 작년에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일개 스타트업이 만든 규모가 2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음악 IP 유동화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수조원의 자금이 한국형(K‧Korean) 콘텐츠산업과 창작 생태계로 수혈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음악 저작권, STO 기초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
정현경 대표는 최근 자본시장 화두인 토큰 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에서 기대되는 뮤직카우 역할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이 지난 2월 성장성 높은 STO 기초자산 요건을 ▲쉬운 상품 이해 ▲지속 가능성과 가치 상승 여력 보장 ▲축적한 데이터 및 경험 기반의 가치 산정 기준 등을 꼽았다”며 “뮤직카우는 이에 부합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음악 저작권 자산은 친숙도 높은 문화자산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 국내에서 가장 전방위적인 음악 저작권료 데이터 기반의 가치 산정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 높은 STO 기초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업도 굉장히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뮤직카우는 최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Los Angeles) 현지 시장조사에 직접 참여해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 대표는 “당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로부터 ‘이것이 음악 미래’라는 찬사와 반응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미국 최고의 로펌(Law firm‧전문 법률회사) 미팅(Meeting‧회의)에선 ‘모 글로벌 회사로부터 뮤직카우의 사업모델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장밋빛으로 물들었지만, 정현경 대표가 느끼는 장벽도 존재한다.
정 대표는 “지금 이런 기회를 실기하지 않고 저희 경험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 성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 처한 환경은 여러 난관이 있다”며 “문화 금융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정책적 토대가 매우 약한 상황”이라 토로했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금융당국을 향한 건의 사항 3개를 조심스럽게 표출했다.
첫째는 ’자본시장법과 저작권법의 비 정합성‘이다. 문화 금융의 경우, 두 법 규정을 모두 준수해야 하는데 이 두 법의 정합성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저작권 수익증권을 발행하려면 자본시장법과 저작권법 산하의 금융기관, 협 단체, 기업 등 총 15개 주체가 이 비즈니스 체인(Business Chain‧사업망)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는데 이렇게 서로 맞지 않는 법 규정에 억지로 맞추다 보니 수익증권으로의 발행이 너무나 어려운 데다 불필요한 비용도 과도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얼마 전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문화 IP 금융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17명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했다”며 “이를 계기로 문화 IP 유동화의 제도적 기반이 강화돼 문화와 금융 선순환이 촉진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문화 금융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다.
정 대표는 “음악 저작권은 발행 방식이나 공시 조건, 발행‧유통 시장 영위 등에 있어 문화자산 속성이 강하기에 전통적인 금융 자산 틀에 그대로 끼워 넣기 적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문화 금융과 같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빅 블러(Big blur) 산업이 획일화된 규제 환경에 의해 고유 특성을 잃지 않도록 문화 속성이 제대로 이해되고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규제 완화‘를 간곡히 부탁했다. 이를테면 광고나 투자 한도 제한, 임직원 매매 금지 등 혁신 금융 부가 조건으로 부여된 규제 틀을 어느 정도 풀어달라는 요구다.
정현경 대표는 “아직 시장 성숙도가 미흡해 우려가 있을 줄 안다”면서도 “시장 성숙은 참여자 활동을 통해 경험치가 쌓이고, 지금보다 더 견고한 안전장치 구축을 위한 자금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뮤직카우는 사업 성장으로 성숙한 시장에 빠르게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장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xZX0W6ueBM&pp=ygUY7ZWc6rWt6riI7Jy166-4656Y7Y-s65-8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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